봄의 산을 떠올리면 연분홍색으로 물든 화사한 산이 떠오른다. 봄마다 연분홍빛으로 우리 산을 물들이는 진달래와 철쭉, 그런데 늘 헷갈린다.
사실 철쭉과 진달래를 비교하는 방식은 꽤 많이 알려져 있긴 하다.
그래도 한번 다시 정리해 보자면
진달래와 철쭉은 사촌지간이다. 둘 다 진달래과 진달래 속(Rhododendron) 식물이다. 모양은 물론이고 색깔도 닮았다.
1. 첫 번째 구별법은 개화시기다.
진달래는 초봄에, (3~4월) 철쭉(4~5월)은 늦봄에 얼굴을 내민다
매화를 제하면 진달래꽃은 겨울 뒤 산중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봄꽃 중 하나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이유다.
2. 두 번째 구별법은 잎의 유무다
철쭉은 성미가 급하다. 대표적인 선화후엽(先花後葉) 식물이다.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는 뜻이다.
반면 진달래는 잎과 꽃망울이 함께 올라온다.
그리고 꽃받침도 철쭉에만 있는 특징이다(철쭉의 주근깨 같은 반점은 진달래에도 간혹 있는 경우도 있어, 반점으론 구분하기 어려움)
3. 세 번째 구별법은 독이다. ( 이 방법으로는 구별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
진달래는 독이 없어서 화전을 만들어먹기도 하지만,
철쭉은 독성이 있어 입에 대선 안 된다. 해충을 쫓기 위해 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진달래와 달리 꽃잎이 끈적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간단하게는 꽃이 피었을 때 잎이 있는가, 꽃받침이 있는가로 확인하면 될듯하다.( 진달래: 꽃받침, 잎. X // 철쭉: 꽃받침, 잎 O)
철쭉의 이름도 철쭉이 가진 독과 관련이 깊다. 철쭉에 독이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양이라고 하는데, 철쭉의 이름은 '양척촉'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철쭉을 보면 철쭉의 독성 때문에 양(羊, 양)이 뒷걸음친다(躑躅, 척촉)하여 양척촉으로 부르다가 양이 빠지고 '척촉'으로 남다가 '텩툑', '텰듁' 등을 거쳐 철쭉으로 변했다.
초등학생 때 학교오르막길화단을 오르다가, 철쭉을 꺾어 꽃의 뒤꽁무니를 입으로 빨아들여 달달한 꿀을 먹었던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께 보시고 철쭉꽃은 먹으면 안 되는 개꽃이라고 일러주셨던 기억이 있다.
예로부터 진달래꽃은 ‘참꽃’이고 철쭉꽃은 ‘개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독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먹으면 안 되는 꽃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이 험한 이름이 생겼을 터이다.
그런데 이런 이름 때문일까. 왠지 난 철쭉보다 진달래꽃이 더 좋은 꽃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철쭉은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서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다. 너무 자주 봐서 특별함을 못 느꼈던 걸까.
철쭉은 진달래보다 품종이 다양한 데다 꽃이 피어있는 기간도 길어서 조경에 더 적합하다고 한다. 진달래는 강한 햇볕을 견디지 못하는 반음지 식물이라 철쭉보다 키우기 더 까다롭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우리 주변엔 철쭉이 더 흔했을 것이다.
다양한 철쭉 품종 중 초연당에 피어난 철쭉은 영산홍과 산철쭉으로 보인다.
사실 이 정도에서 글을 맺으려 했지만 철쭉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어
첨언한다.
철쭉은 신라의 향가 <헌화가>에 등장하는 꽃이라고 한다.
紫布岩乎邊希 자줏빛 바위 끝에
執音乎手母牛放敎遣 잡아온 암소 놓게 하시고
吾肸不喩慚肸伊賜等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 꽃을 꺾어 받자 오리이다
- 헌화가
절벽에서 따오고 싶을만치 아름다운 꽃이 철쭉이라고.... 사실 그 정도까지 예쁜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길에서 평소 접하는 꽃은 대개 <산철쭉>이고 실제 <철쭉>은 산 높은 곳에 있다고 한다.
이름이 반대로 된 거 아닌가..?;; 도심의 꽃이 산철쭉, 산에 있는 꽃이 진짜 철쭉이었다니.
나는 지금껏 도심지 공원이나 가로수로 심은 산철쭉이나 영산홍을 진짜 철쭉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쪽이 산철쭉)
철쭉은 봄에 흔하게 피어난 그저 그런 꽃으로 알았고, 산에서 만난 꽃은 진달래인 줄로만 알았다.(사실 이쪽인 진짜 철쭉)
색이 은은하고 연해서 진한색의 영산홍을 철쭉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에서 만나는 진짜 철쭉을 연달래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결국 도심지 길 가에 무더기로 심은 철쭉이 산철쭉이었고, 산에서 만난 철쭉이 연달래나 수달래 등 다양하게 불리는 진짜 철쭉임을 알았을 때 많이 당황했다.
실제 철쭉은 산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꽃잎의 색이 좀 더 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잎사귀 역시 뾰족하지 않고, 끝이 둥글거나 약간 오목하다. 진짜 철쭉을 보니, 왜 수로부인인 그렇게까지 갖고 싶어 했을지 알듯했다.
부드럽고, 간질간질한 게 참 여리고 예쁘게 생겼다.
수로부인이 본 그 절벽 끝의 꽃이 이 진짜 철쭉이었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노인의 조심스럽고 용기 있는 사랑과 잘 어울린다.
나무는 몸에 나이테로써 계절을 기록하고 쌓아간다. 우리는 계절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할까
예쁜 봄꽃?
나른한 오전, 아침의 공기..?
새로 시작되는 많은 것들에 대한 설렘?
그냥 예쁘다 하고 지나치던 봄꽃이 이젠 좀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철쭉 모양이면 다 같은 철쭉이려니 생각했다.
봄의 산은 아름답다며 사진도 찍었지만 그럴 때마다 진짜 철쭉이 어떤 꽃이었는지도 몰랐다.
알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아지지 않는다. 이번 봄 산행에선 진짜 철쭉을 보고 싶다.
그럼 올해의 봄은 진짜 철쭉을 본 계절로 내 몸에 나이테처럼 새겨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진짜 철쭉을 그려보았다. 오랜 시간 알아보지 못해서 꽃에게 괜스레 미안했다.
참고
YTN 영산홍 철쭉 진달래 이렇게 구분합니다.
한겨레 - 철쭉과 진달래, 같은 듯 다른 꽃... 차이가 뭘까
디지털조선일보 - 헷갈리지 마세요! '진달래', '철쭉' 차이점
The JoongAng- 여행 썰면서 어른들도 헷갈린데요... 진달래야 철쭉이야?
'초연당 > 오천년 정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두화개화- 모든 것은 언젠간 지고 (2) | 2024.05.10 |
---|---|
새우란- 말없는 혀를... , 꽃은 가장 조용한 화자 (1) | 2024.05.01 |
죽단화(겹황매화)개화소식-황매화와 죽단화 구분하기 (0) | 2024.04.27 |
모란꽃 개화- 삶의 언제라도 길한 꽃 (1) | 2024.04.27 |
각시붓꽃개화 - 화창한 봄날의 기쁜 소식 (1) | 2024.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