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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죽단화(겹황매화)개화소식-황매화와 죽단화 구분하기

배솔 2024. 4. 27. 19:13
황매실원액

 

나는 보통 사진을 받아서 글을 쓰는데 이 꽃은 '황매'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받았다.
그래서 황매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찾다 보니 이 꽃은 황매도, 황매화도 아닌 죽단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황매는 황매화와 이름이 비슷하여 헷갈리는 경우가 잦은데, 황매는 황매화꽃이 아니라 매실(梅實)이 완전히 익어서 노랗게 된 매화 열매를 말한다.

아마 사진을 보내주신 초연당주님께선 황매화라고 쓰려하신 듯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 이 꽃은 황매화도 아니다....

나도 처음엔 잘못 알고 있었는데
황매화와 죽단화를 비교한 영상물을 보니
황매화와 죽단화는 나무의 줄기나 잎 등이 거의 유사하여 꽃이 피기 전까지는 전문가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왼쪽 황매화 / 오른쪽 죽단화

황매화와 죽단화는 둘 다 장미과로 4~5월에 노란색 꽃이 피는데
꽃이 피면 두 꽃은 확연히 비교할 수 있다. 황매화는 5장의 꽃잎을 가지는 홑꽃이지만 죽단화는 꽃잎이 많은 겹꽃으로 피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황매화를 홑꽃 황매화, 죽단화를 겹꽃황매화로 이름을 변경하자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구분하지 않고 황매화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황매화라고 했지만, 죽단화로 판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는나무이기도 하다고 한다.

아마 당주께서도 황매화를 심었다고 알고 계셨지만, 죽단화였던 상황인 것 같은데…. 당하신듯하다;; 덕분에 황매화와 죽단화 두 꽃을 함께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황매화는 왜 다른 매화와 같이 이른 봄에 꽃을 피우지 않고 이렇게 뒤늦게 피는 걸까? 하는 부분도 궁금했는데
나처럼 황매화는 황' 매화'라는 이름 때문에 매화의 한 품종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황매화는 매화와는 전혀 다른 나무다! 매화는 흰색인 백매, 붉은색인 홍매, 붉은색이 진하여 검붉은색이 나면 흑 매라고 부르고 노란색의 매화는 없다고 한다.

따라서 황매화는 매화와 완전히 다른 식물이지만 꽃의 생김새가 매화와 비슷하다 보니 황매화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다.

황매화의 꽃말은 숭고, 기다림인데, 이 꽃말은 황매화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옛날 황씨 성을 가진 한 부자가 외동딸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고운 처녀로 자란 딸은 이웃의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마을을 잠시 떠나게 된 청년은 이별의 징표로 손거울을 쪼개어 서로 나눠 갖기로 한다.

한편 처녀를 평소 짝사랑해 오던 뒷산의 도깨비는 청년이 떠나자, 처녀를 붙잡아다 도깨비굴에 가둬놓고 입구를 가시나무로 막아버렸다.
세월이 흘러 마을로 돌아온 청년은 처녀를 찾아 도깨비굴로 달려갔지만, 가시나무 때문에 처녀를 구해낼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도깨비가 거울에 반사되는 햇빛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처녀는 청년에게 징표로 갖고 있던 반쪽 거울을 던져주었다.
청년은 거울 조각을 맞추어 도깨비의 얼굴에 정면으로 햇빛을 비추자 놀란 도깨비는 멀리 도망쳐 버렸다. 도깨비를 쫓아버리자 굴 앞의 가시나무는 차츰 가시가 없어지고 길게 늘어지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황매화가 되었다고 한다

.  이 이야기에서 황매화의 기다림과 숭고의 꽃말이 붙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또한 죽단화의 이름도 유래가 있는데
옛날에 임금님이 꽃을 보고 선택하여 정원에 심도록 하면 어류화(御留花)라 하는데,
황매화는 선택받지 못하고 내보내졌기 때문에 '내치다'라는 뜻을 가진 출(黜)을 써서 출단화(黜壇花), 출장화(黜墻花)란 이름을 얻었고 이 '출단화'가 변형되어 '죽단화'가 된 것이 아닐지 하는 추측이 있다고 한다.


이제 보니 슬픈 과거를 지닌 꽃이다. 내가 보기엔 왜 선택받지 못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죽단화는 바닷가를 제외하면 어디서든 잘 자라고, 꽃도 흐드러지게 많이 피운다. 겹꽃이라 더 풍성하고 노란빛이 화사하다. 이름을 알고 나니 공원이나 화단에서 자주 마주치는 꽃이다.

사실 황매화든 죽단화든 그걸 구분하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름이란 건 어떻게 보면 정체성이다. 우리도 처음 만나면 이름부터 묻는다.

이름을 묻는 것은 '나는 당신을 알고 싶어요'라는 관심에서 나오는 행동이며, 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부드러운 노크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꽃의 이름을 알게 되면 언젠가 어딘가에서 아는 꽃을 마주쳤을 때 '어? 죽단화가 있네' 하고 알은체하며 반갑게 지나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갖고 길을 걷는다면, 우리의 길은 조금은 더 재미있어지고. 조금은 더 설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가는 길에 마주친 황매화와 난 조금 긴 인사를 나누어보았다

참고
-황금빛의 수수하고 친숙한 아름다움, 황매화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영상) 황매화와 죽단화 구분 이 영상이면 끝!! - 식물다큐TV
-(영상) 정원수로 좋은 나무, 황매화와 죽단화 숲프로TV- 숲PRO-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