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전통한옥생활체험관 초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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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모란꽃 개화- 삶의 언제라도 길한 꽃

배솔 2024. 4. 27. 16:53
황매실원액

 

매화가 피고 봄이 시작된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 다가옴을 느끼는 요즘이다.

초연당 정원에도 화려하게 봄을 알리는 꽃들로 가득하다. 그중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꽃은 단연 모란이다.

모란은 꽃봉오리일 때는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화형이 크게 벌어지며 겹꽃 속에 수북한 노란 수술을 보여준다. 크기로나, 화려한 색으로나 꽃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거부터 모란은 궁중을 비롯해 민간에서까지 많이 그려져 왔다. 재미있는 부분은 모란 그림이 경사스러운 일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조선시대에 모란은 혼인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뿐 아니라 장례와 같은 흉례에도 함께였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모란 병풍이 왕이 거처하는 어전이나 침전에 주로 설치되었고.

18세기 후반 제작 당시의 병풍 틀과 비단 바탕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란도 10폭 병풍’.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모란도 병풍이 사용된 왕 행사를 보면 제례 혼례 장례 등 성격이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 죽음과 관련된 의례에 많이 사용되었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 그림이 상례에 많이 사용되고 종묘 제단의 벽을 장식한 걸 보면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는 모란을 통해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혼례에도 장례에도 다양하게 모란을 사용했다.

당가 / 사진출처:아이메거진코리아  LIFESTYLE   궁궐 읽기

궁궐 정전 어좌와, 어좌 뒤에 세우는 곡병, 어좌 위쪽을 장식하는 지붕 모양의 당가를 보면 궁중 화원들이 그린 모란을 볼 수 있다. 궁중에서의 모란은 복을 빌고 왕실의 번영과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행운, 부귀와 풍요를 비는 마음이 민간이라고 다를까. 민간에도 모란그림은 꾸준히 애용되어왔다. 

모란도 병풍은 왕실뿐아니라 민간 혼례에도 사용되었다.

전 김홍도. ‘평생도8폭병풍’ 중 ‘회혼례도’. 비단에 색. 53.9×35.2cm. 국립중앙박물관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민간의 혼례 때 마당에 모란 대병을 설치했다. 평소엔 어려운 일이지만 혼인날만큼은 모란 병풍을 두르고 왕처럼 대접받았다. 모란 대병의 값 때문에 관청에서 가난한 선비들에게 모란 대병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례 혹은 제사 등 망자(亡者)의 시체 혹은 혼이 자리할 곳에도 모란도 병풍을 둘렀다. 흉례는 인간사 가장 큰 슬픔이기도 하지만 죽은 이의 안식을 빌고 이생의 남겨진 자들의 기복을 비는 위로의 자리이기도 하다. 망자가 생전처럼 내세에서도 풍요롭게 살기를 기원하고 조상신이 되어 부디 후대를 굽어살펴 주길 바라는 만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또한 다른 길상의 소재들과 어우러져 민화 모란도로도 그려지며 모란은 오랫동안 여러 계층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모란도 19세기

사찰에서는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비는 명부전에 모란 병풍을 설치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모란꽃으로 된 종이꽃을 들고 여러 신을 불러들이기도 했다고 하니 모란은 이렇듯 기쁨이나 슬픔 어느 한 정서나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으로 사용되던 길한 꽃이었다.

작가도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복을 바라며 모란을 그렸을 것이다.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도시에서의 삶, 아파트가 일반화된 현대엔 모란을 기르던 옛 풍습은 사라졌고, 모란을 보기도 쉽지 않지만, 초연당 정원에선 화려하고 탐스러운 모란을 볼 수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모란을 화조화로 길상화로 아끼며 가까이 두었던 조상들의 마음과 즐김은 시대가 달라졌더라도 여전히 우리 마음 깊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

생화를 보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사진이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모란을 보는 방법이다. 나와 가족, 그림의 보게 될 사람들의 복을 바라며 그렸는데 그 마음이 보는 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본다.

<사진>

 

(참고)

문화제청 - 꽃의 제왕 모란을 화폭에 수놓다 모란도 ⓒ 1999.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LL RIGHTS RESERVED

국립중앙박물관 - 모란도 10폭 병풍-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모란꽃밭

서울신문 - 조선 ‘모란도 10폭 병풍’ 90년만의 외출

주간조선 -‘회혼례도’가 알려주는 ‘꿈 같은 인생’ 조건은? (조정육 미술평론가)

한국경제- 인생의 가장 화려하고 가장어두운 순간을 함께한 꽃, 모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