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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당신은 매화를 닮았군요 - 운용매화의 봄인사

배솔 2024. 3. 12. 07:00
황매실원액

 

매화가 건내는 봄

초연당정원에 봄인사가 피었습니다.

 

초연당에 매화 꽃망울이 보이고 꽃잎이 하나둘 만개하기 시작하니,

서울에도 매화꽃이 만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운용매화는 스스로 가지를 곡을 틀어 독특하고 복잡한 곡선형모습으로 자라난다.

이러한 역동적인 곡선형의 가지가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하여 운용매화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꽃은 봄소식을 알리는 이른 봄, 일반 매화보다 10일 일찍 오고, 순백색의 겹으로 향이 매우 진하게 난다.

 

매화나무의 열매가 매실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저.)

매화나무의 꽃을 매화라고하며 열매를 매실이라고 한다.

 

3월을 들이는 중인 지금은 아직 찬바람이 불어온다.

이런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워 올리는 인고의 나무라는 점에서 매화는

사군자에 포함되어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귀히 여겨졌다.


 

단(丹붉을단)심 - 충 忠

네 붓끝에 내 꿈을 실어도 되겠느냐, 김홍도 단매도

 

매화 그림은, 겨울 속에 피어나는 그 성정을 군자의 절조(절개와 지조)에 비유하는 게 오랜 전통이었다.

 

문인화(사대부 한국화)의 대표적인 소재는 단연 사군자라고 할 수 있다.

사군자는 매화, 난, 국화, 대나무를 일컷는다.

표암 강세황

화는 이른 봄의 추위에도 변함없이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초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린다.

화는 늦가을의 찾아오는 추위를 이겨내며 피어나고

(竹)대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언제나 푸르르다.

 

시련에도 변함없는 자연의 모습을

군자(君子), ()과 학식을 갖춘 사람의 인품에 비유하여 사군자라고 부른다.

사군자는 (춘하추동) 사계절의 순서에 맞추어 매난국죽(매화..국화.대나무)로 불린다.

 

매화를 그린작품들은 정말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김홍도의 단매도이다.

 김홍도는 영정조 시기에 활동했다.

정조 어진-김홍도

정조는 김홍도를 규장각에서 화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해주었고

김홍도는 백성들이 어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 임금을 위해 그림으로서 백성들의 삶을 그려다 보였다.

단매도는 정조가 승하한 뒤 오랜시간 궁을 떠나있던 김홍도가 규장각으로 다시 돌아와 그린 그림이다.

돌아온 규장각엔

누구보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던,

군선도를 펼쳐보던,

군주의 따뜻한 미소가,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풍속화를 한 장한장 넘기던 손길이,

아직도 보이는 것만 같았을 것이다.

(출처 :괴산타임즈 /출처=전주어진박물관/ 정조어진-김홍도)

그는 곧은 정치 철학을 지녔던 자신의 주군대해 변치 않는 마음을.

혹독한 겨울에도 꽃을피워 진한 암향을 퍼트리는 매화로 표현했다.

붉을 丹단 글자로 매화 줄기를 형상화하고 매화가지에 앉은 꽃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홍도 단매도 자본단채 22.3x17.6cm 1804 겨울

김홍도만의 기억, 그만의 충심이 담겨있는 그 매화그림은 수백년이 지난 우리에게도 진한 암향을 풍기는 것 같다.


 

매월만정- 取(취) 취하다

정원 가득히 채우다-심사정 매월만정

 

고고함과 절조라는 이념에 갖히지 않고 충만한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그에 매료된 화가들의 그림도 있었다.

현재 심사정 <매월만정>

자유롭고 힘있는 선과 수줍게 앉은 꽃망울, 그윽한 달빛은 제목처럼 정원을 가득채운 매화와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

달과 매화를 함께 그린 구성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볼수 있는데, 매화는 달빛에 보았을 때 그 희고 고운 자태가 더 아름답고 향기도 은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거다.

 

퇴계 이황(李滉, 1501~1570)도산 달밤의 매화

獨倚山窓夜色寒 산 창에 기대서니 밤 기운이 차가워라.

梅梢月上正團團 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

不須更喚微風至 봄바람 청해 뭣하리?

自有淸香滿院間 가득할 손 맑은 향기로구나.

장승업&nbsp; 홍백매도10폭병풍&rsquo;, 19세기 후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매화는 이념적인 무게있는 모습만이 아니라

그 자체의 모습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당신은 매화를 닮았군요

 

2023수능특강에는

정끝별 시인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라는 시가 있었다.(수능에도 나왔다.)

 

반수를하며 힘든시간을 보내던 와중 그 시는 내 삶에 찾아온 겨울의 시간을 보내는데 큰 위로가 되었었다.

노트 앞장에 항상 적어두고 공부했던 기억이난다.

 

그의 시처럼

 

매화가지가 꽃을 피우는 것은

매화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한번 마주치지 않을 애먼 뿌리와

하늘을 향해 솟은 나무기둥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는 혼자서 떨기만 했을 것이다.

 

모든 일들은 내가 혼자 했다고 생각될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얽혀있다.

나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않다.

 

살을 애는 찬바람이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 쌓듯 내린 도리없는 폭설이 아니었다면

꽃을 피우는 것이

가지에게 그다지 신명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거리게하는

모든걸 얼리고 정지시킨 금단의 추위가 아니었다면

추위를 이겨내고 솟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텐데, 항상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내 캐릭터의 능력으로는 겨우 이길정도의 적들이 나타난다.

그렇지 않고 항상 쉽게 이기고 쉽게 전진했다면

우리가 게임을하는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삶도 우리에게 매번 겨우 이길정도의 시련을 준다.

그 금단의 고통이 아니였다면 우리는 그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금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적당히 힘든일이어야 끝까지 해낼 수 있다.

 

 우리에게 시련은 도박(무모한 도전 같은 대상)이며 도반(변화에 도전할 수 있게 돕는 벗)이다.

 

우리가 사랑하는게 아니라 때론 서럽게 여기는 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삶을 버티게하는 원동력이 되곤한다.

가장 커다란 고통을 주는 사람과 사건이
결과적으로 내게 가장커다란 통찰력과 분별력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
-책 보편의언어-물결 (이기주)

 

고통과 눈물은 우리를 향기로운 사람으로 만든다.

겨울을 견디고 꽃을 티운 매화가 진한 암향을 풍기는 것처럼. 

 

 

혹독한 겨울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화를 보내고 싶다.

당신은 매화를 닮았다

 


참고

  • 신문은 선생님[미술관에 갔어요] 매화나무 그려 君子의 강한 의지와 봄의 축복 나타냈죠
  • [포스코미술관 특별 기고] 3편. 고고한 기품의 매화 그림
  • 매월당(梅月堂) 김시습② 매화와 달을 사랑했던 광사(狂士) 헤드라인뉴스(HeadlineNews)
  • 이종수 작가님의 한국화 이야기 <심사정의 매화>
  • 2023수능특강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