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전통한옥생활체험관 초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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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만리를 가는 가을 꽃향기 은목서

초연당웹지기 2023. 11. 6. 22:51
황매실원액

 

비가 온 후의 가을 향이 물씬 풍기는 오후입니다.
우리 초연당에 은목서 두 그루가 있는데 꽃이 만개하여 그 향이 말로 표현이 안됩니다.
미색의 고아한 꽃이 웨딩드레스 자락을 장식하는 꽃의 모양과 닮았습니다. 요목조목한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꽃도 이쁘지만 이 고급스러운 향기는 참 말로 표현이 어렵네요.

 
은목서가 필 때는 집안에 향수를 퍼 부어 놓은 듯 집안 곳곳에 이 은은한 향으로 가득합니다. 비 온 이후에는 더욱 향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초연당 단지가 제법 큰 편인데 바람이 불면 곳곳에서 은은한 은목서 향이 느껴집니다. 괜히 만리향이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봅니다. 
순수 은목서는 9월에서 10월에 완전히 만개하는데요 가지 사이사이 가득 흐드러지게 달려 향기가 매우 강합니다.
 
 

은목서 생태 특징

이르면 8월 말에서 9월초에 꽃을 피우기도 하는데 나무이기는 하나 많이 큰 나무는 아니지만 3m 정도까지 자랄 수도 있습니다
목서꽃 향은 살구랑 복숭아, 자두와 같은 달콤한 과일 향이 섞여 사넬에서도 향수 재료로 사용할 정도로 그 향이 으뜸입니다. 향에서는 금목서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목서의 은은한 향은 아주 강렬하여 아주 먼 만리까지 퍼져 나가 만리향이라 불립니다. 한 가지만 꺾어와 방에 두어도 금세 향이 방을 가득 채워버립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진한 향에 두통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은목서는 꽃과 향기와는 다르게 수피가 매우 거칠답니다. 코뿔소 피부처럼 거친 수피를 가졌다고하여 "서(犀)"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그 향은 일품입니다.
암수딴그루(암수가 구분되는 나무)로 꽃은 약간 황색을 띠는 흰색으로 꽃들이 뭉쳐 핍니다. 목재가 치밀하여 조각재료로 사용하고 꽃은 향수로 많이 이용합니다.
목서는 양수목으로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의 습지에 식재하면 잘 자랍니다. 전문가들은 약간의 그늘진 곳이 더 재배하기 좋다고 합니다. 좁은 화분보다는 넓은 정원에 식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달콤한 향이 진한만큼  벌레가 많이 꼬이는 나무이기도합니다. 벌과 나비뿐만 아니라 개미도 이 꽃을 좋아하고 응애류 해충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습한 토양에서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토양 속 작은뿌리파리 유충도 주의하세요. 이 작은뿌리파리는 흙 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는 동안뿌리를 씹어 먹어 식물을 고사시켜 버립니다. 흙속에 있다보니 발견하기도 매우 어려우므로 흙을 뒤집어 봤을 때 유충이 발견되면 바로 방제를 해야 합니다.
 
 

목서 이름

 
목서(木犀)는 중국이 원산지입니다. 목서라는 이름은 본래 중국에서 수피 색상과 무늬가 '코뿔소'를 닮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입니다. 예로부터 선비들이 기거하는 사랑채 앞에 심어 선비의 꽃으로 불리며 사랑받은 꽃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목서를 계수(桂树)라고 부르고 꽃은 계화(桂花)라고 부릅니다. 목서와 계수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 사용한다고 합니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찧는옥토끼 이야기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겁니다. 이 계수나무가 사실은 목서입니다. 중국에서 설화가 전파될 때 계수나무로 전파가 된 것이라 합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이 동요에 등장하는 나무도 역시 목서입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어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지어내어....." 흠! 우리 동요가 맞는데 어쩌다 중국시인 이태백이 가사에 들어가고 중국 원산의 나무가 동요에 등장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초연당 구골목서
바닥에 떨어진 목서꽃

 
이 목서는 돈나무와 비슷하여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데요. 돈나무 꽃은 잎이 아래쪽에 받쳐두고 가운데에 한 다발로 옹기종기 꽃이 핍니다. 마치 꽃다발을 만들어 놓은 듯 핍니다. 은목서는 잎과 꽃이 함께 섞여 피는 것이 돈나무와 다릅니다. 돈나무 잎은 끝이 둥글둥글하고 목서는 잎은 끝이 뾰족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돈나무꽃은 5~6월에 개화하고 목서꽃은 9~10월 핍니다. 돈나무도 만리향으로 불리는데 돈과 왠지 관련이 있을 것 같지만 돈보다는 똥에 더 가까운 이름으로 제주에서는 똥나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열매를 맺을 때 냄새가 고약하고 열매에서 달콤한 진액이 나와 벌레들이 많이 꼬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이 돈나무 꽃 향기만큼은 만리까지 갈 정도로 감동입니다. 돈나무는 금전수로 인기가 매우 좋아 화분에 식재하여 실내에서 많이 기르는 나무입니다.

미색의 은목서
주황색 금목서
만리향 돈나무

 
우리 초연당 민간정원에 식재되어 있는 목서 두 그루 중 한 그루는 잎이 뾰족 뾰족한 구골나무와 은목서의 교잡한 구골목서입니다. 구골목서의 특징은 꽃이 순백색에 가까우며 잎 가장자리에 뽀족뽀족 치아상 톱니가 약간 있어 깔끌거립니다. 없는 것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뽀족한 잎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교배종을 은목서라 부릅니다. 꽃은 은목서이며 잎은 구골나무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구골목서는 개화시기가 은목서보다 좀 더 늦은 10~11월에 피어 지금이 절정입니다. 우리 초연당 민간정원에는 지금 구골목서의 향이 천지를 뒤흔들고 있답니다.
 
오늘은 가을의 달콤한 꽃향기에 푹 빠져 본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