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이별과 그리움을 상징하는 꽃이다.
6월 상사초 잎이 완전히 사그라진 후
7월 부터 꽃을 피워낸다. - 노랑 상사화, 분홍-흰 상사화(8월), 붉은 상사화 (9-10월)- 꽃은 15일 정도 피어있다가 완전히 시들어진 후
12월 부터 다시 상사초 잎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꽃은 잎을 만날 수 없고 잎은 꽃을 만날 수 없어 서로 그리워만 하다가 지고마는 꽃 상사화. 그래서 상사화는 영원한 그리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상사화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프고 시린 사랑이야기 이기도하지만
난 그 이야기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욕심을 느꼈다. 사랑의 본질은 원래 욕망과 집착에서 기인한다.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했을 뿐, (사람은 포장에 쉽게 속는다)
꽃은 잎을 갖고 싶었으나, 가질 수 없었다. 자신을 꾸미고 치장하여 그 어느 꽃보다 화려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나, 상사화는 잎을 가지진 못했다.
우리는 가질 수록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 유명하고 오래된 연구, 이스털린의 역설을 보면(48년전 자료인 만큼 현대 기준으로 바꾸어 생각해야함)
알 수 있듯 우리의 행복은 돈과 함께 상승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높히려 노력한다. 좋은 학벌, 좋은 인간관계, 좋은 회사, 좋은 배우자, 좋은 집, 좋은 자녀.....
우리도 스스로 알고 있다. 사람은 뭔가를 가지면 갖지 못한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을, 욕망의 이면엔 언제나 결핍이 있다.
욕망은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다. 헨젤과 그래텔에서 빛나는 조약돌을 따라 길을 찾는 것처럼
우리는 욕망을 하나하나 주워 담아가며 삶의 길을 살아간다. 하나의 조약돌을 주으면 그 앞의 다른 조약돌이 눈에 들어올 테다.
하지만 평생을 갖지 못한 것에대한 불행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조약돌을 따라 찾아간 집이 행복이란 집일지는 모를 일이다.
꽃은 잎을 쫒고 잎은 꽃을 쫒고 결국 영원히 그 욕망을 이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난 그 화려한 꽃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보았다.
사람들은 시시한 이야기들에 의미를 부여하길 즐긴다.(이 이야기도 조금 시시한듯)
꽃은 그저 피고 질 뿐인데, 우리는 그 꽃에 사랑을 겹치고, 그리움을 겹친다.
사실 사람은 꽃을 통해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꽃에게 인간의 감정인 상사, 를 붙여주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상사화에대해 알아보는데
불교에서 스님들이 마음이 심란할 때면 상사화를 심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가에서는 예로부터 상사화를 피안화라고 불렀다고 한다.
부처의 세계, 깨달음과 해탈, 열반의 세계를 피안이라고 한다.
난 실은 모든 종교가 다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도, 불교도 삶이 힘들었던 우리 사람들이, 그들의 힘듦을 이해하고 버텨내기위해 부여한 정답들이니까.
정답이 없는 세상은 다른말로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정말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가르침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세속적인 욕망, 그 욕망의 문제를 넘어서면 우리는 피안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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