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차를 마신다'는 행위에 대해 어떤 아우라를 느끼는 듯합니다. 말로 표현하자면 지적이고, 느긋한, 고급스러운 여유의 느낌이죠.
그런 느낌을 갖는다는 것은 아마 사회적인 인식을 내면화한 것이거나, 차를 마심으로써 얻게 되는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일 것입니다.
그럼 차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차의 역사와 차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차의 역사
막연하게 오래됐을 것 같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역시 차의 역사는 깁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차를 마셨다고 합니다. 신라에서도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출토되었고.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서 수입한 비싼 차를 하사한 기록도 남아있거든요.
삼국시대에도 차자체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재배하고 활성화한 시기는 통일신라시대(흥덕왕 828년) 당나라에서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으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지리산에는 차나무 재배지가 있지요.

차는 불교와 아주 관련이 깊은데요. 차를 우려 손님에게 대접하는 과정을 참선의 일환으로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불교가 흥했던 고려시대에는 차문화가 발달하고, 유교를 장려하던 조선시대에는 차문화가 다소 위축되었죠. 차에 대한 애호보단, 약재로 사용했습니다.

그런 억압에도 불구하고, 차를 애호하던 사찰과 사대부들을 중심으로 차문화는 꾸준히 계승되어 왔습니다.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차의 가치를 재인식하며 차문화를 중흥시켰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현대로 와서 차문화가 또다시 위축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 한국사회를 생각해 보면 차보다는 커피문화가 더 발달했다고 느껴요. 카페 옆에 카페가 생겨도 망하지 않을 만큼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죠. '식후땡' '얼죽아' 같은 신조어들도 만들어지고.

심지어 2014년에는 한국인들이 커피를 김치와 쌀밥보다도 많이 섭취한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죠.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커피,
그래서 흔하지 않은 차에 대해 아우라를 느끼는 걸까요
차의 아우라
차는 사치품.
한반도는 수질이 좋아서 흐르는 물을 생으로 마실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물을 끓여 마셔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어요.
그리고 기후 특성상 차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도 비교적 좁았죠.
한마다로 차를 즐기는 것은 머고 사는 문제가 아닌, 사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남북조시대에는 차는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비싼 차는 비싼 그릇에 담아 마셔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당나라 시기에는 귀족들이 금으로 만든 탕관에 차를 우리고, 당시에는 중국에서도 귀했던 도자기에 차를 따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적으로
누구의 차가 더 고급인지, 누가 더 차를 잘 우리는지를 두고 대결하는 투차(鬪茶) 풍습이 만연했지요.
지금도 비싼 차는 몇십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정말 비쌉니다. 찻잔이나 그 외 도구들도 마련하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문화는 중상류층을 위주로 성행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져 상류층의 문화 같은 이미지로 우리에게 내면화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차는 수행이다

한국 다례는 불교 선종에 바탕을 둡니다. 차를 정결하게 준비하고, 찻물을 끓이고, 격식에 따라 차를 우리고 손님에게 대접하는 과정을 참선의 일환으로 여겼죠.
차를 마시는 행위에 대해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발전의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차에 대한 지적인 아우라가 생겼던 게 아닐까 합니다.
다례의 과정을 간단히 알아보고 넘어갈까요
한국 전통 다례는 4단계로 구성됩니다.
먼저. 1. 다관예열
도자기 주전자를 따뜻하게 데운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물준비 & 잔 예열
숙우 (식히기 위한 통)에 뜨거운 물을 넣고 식힙니다.
다관에 있는 물을 잔에 부어 잔도 예열합니다.
3. 우리기
다관(도자기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우립니다.
4. 따르기
찻잔의 예열용 물을 버리고
차를 따릅니다.
차문화의 현주소

현대로 와선 다례를 지키며 차를 즐기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효율성을 중시하며 인스턴트 음료처럼 간단하게 빨리 마시는 것들이 나오기 때문이죠. 티타임을 즐기던 영국에서도 현대로 들어서 티타임시간을 사라지고 있다고 해요. 오히려 그리 풍족하지 못한 스리랑카나 케냐 같은 나라에서 흔하게 티타임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죠.

한중일의 차 문화를 취재하고 연구한 차 연구가인 오사다 사치코는 " 그나마 중국 시골에선 아직도 차를 느긋하게 즐기긴 하지만 대도시로 가면 사라지는 모습"이라 글을 쓴 바 있죠.
차를 마시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유의 상징인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기 위한 절차는 커피를 타마시는 것보다 복잡하며 오래 걸리고 그 향과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차 문화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반증 같아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차 문화는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지금의 아우라를 유지한 채 존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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