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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180년된 마음 - 초연당 소나무 이사소식

배솔 2024. 3. 21. 07:00
황매실원액

 

아직 혀 끝에 겨울의 끝맛이 시리게 남아있는 지금

초연당에 180년된 소나무가 이사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초연당 소나무 이사 현장

나무는 다른 식물들과는 달라서 어느정도 그늘을 넓힐만치 자라는데는 꽤나 오랜 시간 곁을 지켜주어야한다.

그래서일까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게선 어떠한 여유가 뭍어나는 것만 같다.

혼자 보고 즐길 생각으로 나무를 심지 않는다.

 

나무가 잘 자라서 그세월이 나를 지나치고서,

다른 시간의 누군가에게도 쉬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편안한 풍경이 되어줄거란 믿음의 마음일 것이다.

 

초연당에온 이 소나무를 처음심던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180년전의 그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 모든세월을 자신의 몸에 한줄한줄 세겼을 소나무를 다시한번 본다.


겨울의 소나무. 하면 난 바로떠오르는 그림이한점있다.

추사김정희 세한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이다.

김정희는 19세기 최고의 학자이자 서화가이다.

 

김정희는 어릴때부터 수재로 소문이날 정도로 학문에 뛰어났다.

그러던차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 북경에 가게된다. (당시에는 외교관의 자식을 군관자격으로 동행할 수 있었음.)

북경에서 김정희는 수재라는 소문을 듣고 모인 북경의 성리학자들과 필담을 나눌 기회를 얻게된다.

당시 조선에는 성리학에대한 방대한 서적을 모두 들여올 수 없었기에 요약본을 만들어 그를 암기하는방식으로 공부를 했다고한다.

김정희가 북경에 도착했던 시기엔 주자성리학이 쇄퇴하던 때였는데, 나이어린 조선아이가 성리학의 핵심을 좔좔 외자.

그에 감탄한 북경의 학자들은 어린 김정희를 친우처럼 동등하게 대했다고한다.

 

하지만 이후 조선에서 관직생활을하다 정치적인이유로 제주도로 유배를가게된다.

위리안치라고하는데 가시나무 울타리를 쳐서 유배되어 기거하는 집에서 나갈 수 없도록 하는 벌을 받게된 것이다.

 

김정희의 주변인들은 다 떠나갔고, 외지에서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그린 그림이 바로 세한도이다.

 

우리나라는 매타포(은유)의 민족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나 나라의 상황을 빗대어표현하기를 즐긴다.

세한은 세()전후의 추위를 뜻하는 말이다.

 

추운겨울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김정희자신의 고난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한도에서 가장중요한 주제는 단연 송백(소나무)이다.

 

공자의 논어 자한편에는 "날이 차가워진 연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줄여서 송백후조라고 한다.

추사김정희는 이 말을 세한도의 발문에 써두었다.

 

김정희는 유배되어 홀로된 처지였지만 제자 이상적만은 김정희에게 계속 책을 보내주고 있었다.

그는 그런 이상적의 스승인 자신에대한 한결같음을 송백에 빗대어 칭찬한 것이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세한 연후에야 송백이 늦게 시드는 것올 안다'고 했으니 송백이 사철 시들지 않는 것이라면 세한 이전에도 한결같은 송백이요, 세한 이휴에도 한결같은 송백이다.

그런데 성인이 특히 세한 이후를 일컫고 지금 군(이상적)이 나에 대해 앞이라고 더한 것도 없고 뒤라고 덜한 바도 없으니, 세한 이전의 군(이상적)은 칭찬할 것 없거니와 세한 이후의 군(이상적)은 또한 성인에게 칭찬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김정희는 이 세한도를 이상적에게 선물했다.

세한도를 받아들고 감격한 이상적은 중국으로 그림을 가져가 학자들에게 보인다.

추사김정희와 필담을 나누고 그를 기억하던 문인 16명은 이상적이 가져온 세한도에

글을 적었다. 그림에 덧붙이는 글을 발문이라고하는데

현대로치면 댓글과 같은 것일테다

김정희 세한도

세한도는 3개의 부분으로 이뤄져있는데. 하나는 추사김정희가 적은 그림을 그린 계기.

하나는 그림이 있는 부분, 나머지 하나는 중국의 학자들의 발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현재 실물전시중이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라 꼭 보러갈 생각이다.

 

이렇게

나무를 심은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하여

그림에서 보이는 송백(소나무)의 은유도 알아보았다.

 

초연당 당주님께 듣기로는 초연당으로 이사온 이 180년된 소나무는 본래 있던 자리에서는 차가 지나다니기에 불편이 있어 부러트려질 나무였다고한다.

그런 나무를 부러지지 않도록 파이프세우고 정성을 들여서 이번에 군으로부터 인도받게 된 것이라고한다.

 

정말 다행이다. 180년전의 그 마음을 지킬 수 있어서.

공자의 말처럼 한결같은 그 마음이 소나무의 수수한 향기를 더욱 포근히 만들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