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크리스마스입니다. 24일 함박눈이 내려 덕분에 초연당은 설국이 되었습니다.
늘 삼동 한철에도 그 기세가 꿋꿋한 운용매가 꽃을 피웠는데 그 구불구불한 가지 사이에 핀 연약한 꽃 위에 하얀 눈이 쌓여 설중매가 되었네요.
한겨울 매서운 추위에도 매화는 고운 자태를 뽐내며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우리 초연당 길상당 앞 소나무 아래에는 사슴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눈이 내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카드의 한장면 같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설중매는 한자어로 눈 雪, 가운데 中, 매화나무 梅하여 눈 속에 핀 매화를 말합니다. 눈이 녹기 전에 맨 먼저 피는 매화를 일컫기도 합니다.
설중매 하니 MBC 대하사극이 생각납니다. 또 기생 설중매의 일화도 매우 유명하지요.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뒤 개국공신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 다른 기녀와 함께 설중매가 불려 갔는데 술기운이 오른 한 정승이 설중매를 희롱하는 일화입니다.
" 너희 기생들은 아침에는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잔다던데 오늘 밤은 나와 같이 지냄이 어떠하냐?"
짖궃게 묻자 이에 설중매가 답하기를
" 고명한신 대감의 말은 참으로 지당하십니다. 아침에 동쪽에서 먹고 서쪽에서 잠을 자는 기생과, 어제는 왕 씨를 섬기고 오늘은 이 씨를 섬기는 대감이오니 참으로 좋은 짝이 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비록 취중이긴 하나 설중매의 비수같은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며 돌아갔다 한다.
高官宴會雪中梅(고관연회설중매) 고관들 연회에서 설중매는
娼妓無嬁冠盖詼(창기무등관개회) 창기의 정조 없음을 조롱한 고관에게
詰答公卿奉二姓 (힐답공경봉이성) 힐난하며 답하되 고관들이 두 개의 성에게 봉사함을,
昔人知恥現知財(석인지치현지재) 옛 사람들은 창피함은 알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재물만 아네.
東家食西家宿(동가식서가숙)
위 일화에 나오는 "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뜻은 고사성어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도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지조가 없는 사람을 비꼬아 말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욕심을 지나치게 많이 부르는 사람을 비판하는 말로 쓰입니다.
'동가식서가숙' 말의 유래는 중국 어느 마을에 한 처녀가 재산은 많지만 못생긴 동쪽마을 총각과 얼굴은 잘생겼지만 가난한 서쪽 마을 총각에게 동시에 청혼을 받습니다. 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 밥은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면 안 되나요?"라고 말하죠. 이 이야기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비난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녀 설중매 일화는 욕심 보다는 지조 없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 쓰였습니다.
玉堂憶梅(옥당억매)
설중매하면 옹문관에 있는 옥당에 피었던 매화를 추억하는 이황의 매화시도 유명하지요.
매화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치지)
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
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
마당의 매화나무 가지마다 눈이 쌓였고
티끌 같은 속된 세상 꿈마저 어지럽네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마주하니
기러기 울음 따라 내 마음도 날아가네
-이황-
이황의 매화 사랑으로 매우 유명합니다. 평소에 사랑하던 매화분에 물을 주고 바르게 좌정한 자세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황은 매화를 너무도 사랑하여 매화를 노래한 시가 100수가 넘을 정도입니다.
천 원짜리 지폐에 이황의 초상과 왼쪽 명륜당 위편에 매화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퇴계 선생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매화에 물을 주어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은은한 매화의 향이 과음하게 만드는 과실주 매취순과 설중매도 생각납니다. 설중매는 통매화가 몇 알 들어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매취순은 15년이나 숙성된 과실주라고 합니다. 담금주가 아니기 때문에 성분표를 보니 두 제품 모두 스페인산 포도주가 첨가되어 있고 카라멜색소랑 합성향료도 첨가되어 있네요.
12월 한겨울에 핀 매화꽃 감상 잘하셨는지요.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지요?
2022.12.19 - [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겨울 한옥집 맑은 꽃 향기
2023.02.24 - [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 23년 남도 순창 운용매 개화 소식
2022.02.23 - [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 순창 한옥 초연당 설경
'초연당 > 오천년 정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연당 민간정원 길마가지나무 새가족 (0) | 2024.02.15 |
---|---|
한옥 초연당 민간정원9호 서리꽃 상고대를 기대하며 (2) | 2024.01.29 |
23년 첫눈에 덮인 순창 초연당 (0) | 2023.11.20 |
모과 익어가는 초연당의 가을 (0) | 2023.11.10 |
만리를 가는 가을 꽃향기 은목서 (3) | 2023.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