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전통한옥생활체험관 초연당

가장 한국적인것이 세계적인 것! 우리것은 소중합니다. 아름답고 우수한 전통한옥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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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전통 체험 & 문화행사

한옥 햇빛의 미학 창호지

초연당웹지기 2023. 7. 28. 17:19
황매실원액

 

현대사회의 집하면 아파트나 빌라가 먼저 떠오릅니다. 요즘 집은 거실과 현관 부엌, 화장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 땅을 밟을 필요가 없지요. 흙을 밟고 안채, 사랑채, 부엌을 오가던 옛시대에는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였을테지만 현대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이 고작입니다. 이마저도 커튼과 브라인드를 설치하여 차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사생활 보호도 있지만 해로운 자외선 차단과 더위와 추위를 막기위해서 입니다. 

 

요즘은 쉼을 찾고자 한옥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었습니다. 한옥을 왜 찾는걸까요? 

어쩌면 딱딱한 콘크리트벽으로 이루어진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닭장 같은 아파트, 고층빌딩에서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쉼없이 일하며 늘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바쁘고 불안정한 현대인에게 한옥체험은 느리고 자연스럽고 다정한 체험이 될거예요.

한옥의 목조건물이 주는 편안하고 안늑함 속에서 잠이들고 창호지를 투과해 은은하게 비추는 아침 햇살이 잠을 깨웁니다. 마치 다정한 엄마의 속삭이는 소리에 잠에서 깨듯이 말이지요. 그런면에서 한옥은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닮은 집입니다. 

한옥은 불편한점이 많은 집이지만 장점도 많습니다. 한옥의 장점이라면 단언 친자연적인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친자연적인 특징들은 무궁무진하지만 오늘 저는 빛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창호지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려합니다.

 

 

한옥의 햇빛

우리 인간에게 해는 양 극단을 오갑니다. 겨울에는 해가 너무 그립고 여름에는 멀리하고 싶은 존재지요. 우리 인간에게 햇빛은 행복 물질을 분비하게 하는 비타민D를 생성시키고 몸과 마음의 정서를 안정되게 합니다. 햇빛을 받지 않는 현대인들은 불면증과 정서적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습니다.

한옥은 일조량 조절과 통풍을 위해 최고의 과학적 공학으로 설계된 집입니다. 한옥은 햇빛이 잘 드는 집입니다. 그만큼 햇빛 조절 능력이 뛰어난 집이지요.

한옥은 자연의 조건을 섬세하게 잘 이해한 집으로 여름의 따가운 햇빛과 겨울의 따스한 햇빛을 어떻게 집 안으로 들일 것인가 우리 선조들의 감각적인 지혜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따가운 여름 햇빛과 자외선은 막고 시원한 바람은 받아들이며, 겨울에는 창호지의 뛰어난 보온성으로 찬바람은 막고 따스한 햇빛은 길게 방안까지 들입니다. 한옥은 단순히 햇빛량만 충분히 받게 설계된 집은 아닙니다. 이 햇빛을 감성적으로 섬세하게 받아들여 정서적으로 포근하고 빛의 특성을 잘 적용시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채광의 미학 창호지입니다.

 

창호지( )

창호지는 전통 종이 한지를 창문에 바른 것입니다. 창호지는 누루스름한 한지로 문종이, 문창, 문창지, 문창호지로 불리며 투명도가 좋고 질긴것이 특징입니다. 종이의  질은 섬유가 가늘고 길며 질긴 삼베를 풀어 만든 한지와 실을 넣어 만든 미농지 등을 창호지로 씁니다.

창호지는 주로 문에 바르는데 쓰이지만 소지명부작성, 금줄, 서발심지, 신장대, 고깔, 깃발 등에도 이용됩니다.

창호지의 쓰임새는 우선 바람을 막아주고 사생활을 보호해주고 집으로써 갖는 보호처의 기능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햇빛을 받아 한옥의 진정한 미를 오롯이 드러냅니다. 계절, 시간,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되고 오묘한 감각의 분위기를 내는 역할을 합니다. 빛에 따라 문살 무늬를 장식적인 요소로 시시각각 변화시킵니다. 신기한 마술이라도 부린듯 공간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확 바꿉니다.

창호지는 빛의 마술사입니다. 그 어떤 빛도 창호지를 거치면 감각적으로 표출됩니다. 안과 밖에서 보는 창호지의 느낌도 다릅니다. 사극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호롱불 옆에서 글을 읽는 선비의 모습을 밖에서 바라본다면 은은한 불빛 뒤로 꼿꼿하게 좌정한 선비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이는 밖에서보는 창호지입니다.  창호지는 안의 공간을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밖에서 방 안을 상상하고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방안에서 바라보는 창호지는 어떨까요? 해질녘 붉게 타는 노을빛이 창호지를 투과하면 마치 형광등을 켜 놓은 듯 밝게 빛나며 방안 가득 노을빛을 채웁니다. 달 밝은 밤에 창호지 넘어 은은하게 새어 드는 달빛의 정취는 이루 말 할 수 없지요.

 

창호지의 장점과 단점

장점과 단점을 보안한 현대식 한옥의 창호

창호지는 현대 문명 기술이 만들어낸 그 어떤 종류의 창문재료보다 실용성이 높은 친환경 소재입니다. 창호지는 채광 뿐만 아니라 통풍, 온습도유지와 단열효과가 뛰어납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수히 많은 미세한 공기구멍들이 통풍을 가능하게 합니다. 별도로 환기를 하지 않더라도 환기가 잘 됩니다. 또한 습도 유지 능력도 뛰어납니다. 창호지의 조밀한 구조는 습도가 높을 때에는 습기를 머금고 건조할 때에는 습기를 내뿜습니다. 친환경 제습제, 가습기인 셈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습도를 조절해주어 쾌적한 생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여름의 따가운 자외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차가운 유리에 비해 단열효과가 뛰어나 보온성 유지에 탁월합니다. 이중창호 구조를 채택해 지어진 경우 웬만한 페어글라스 창호보다 열효율이 뛰어납니다.
창호지는 유연하고 부드러워 딱딱한 유리와 달리 깨지거나 날까롭지 않습니다. 유리는 차갑고 딱딱한 반면 창호지는 촉감적으로 소프트하고 따뜻합니다. 또한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하는 유리와 달리 창호지는 안과 밖을 경계지을 때 단절과 이질감 없이 은근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신혼 첫날밤 손가락으로 창호지 구멍을 뚫어 훔쳐 볼 수 있듯이 말이죠.ㅋㅋ

위쪽 창호와 아랫쪽 병합문으로 방의 밝기를 조절함

창호지의 가장큰 매력은 채광에 있습니다.  창호지에 스미는 빛은 매우 감각적으로 실내 분위기를 만듭니다. 밝기 조절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서도 섬세하게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맑고 밝은 날은 햇빛을 한껏 받아 은은하게 빛을 투과하며 반짝입니다. 창호지를 통과하는 빛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실내 분위기는 포근해집니다. 감성적으로 따뜻하고 머물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지요. 흐린날에는 흐린날대로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단조로울 것 같은 흰 창호지는 시시각각 주변 환경을 반영하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매력적인 빛으로 표현합니다. 

 

창호지의 단점이라면 현대식 샷시창호에 비하여 내구성이 약합니다. 유리는 쓱쓱 닦으면 이물질이 잘 닦이고 늘 새거같지만 창호지에 이물질이 묻으면 닦거나 처리하기 어렵고 흔적이 남습니다. 내구성이 약하니 구멍이나거나 찢어지기도 합니다. 이때문에 유리에 비해 자주 교체해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한 유리에 비하면 방음이 약합니다. 생각의 차이일 수 있겠으나 집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생활 보호는 어렵겠지요.

 

창호지 교체

3중창호로 단열 및 사생활을 고려한 한옥집 은은하고 들어오는 빛이 아름답다

한옥은 다양한 크기의 문이 참 많습니다. 대청마루의 경우 벽 한쪽이 모두 창호로만 이루어져있기도 합니다. 창호지의 단점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갈아주어야하는데 보통 1년에 한 번정도 바꿔줍니다. 10월 가을 즈음에 대부분 겨울맞이 창호지를 교체합니다. 웬만한 한옥집에는 한채당 창문이 30~50개 가량 있으므로 창호지 교체하는 일은 김장김치 담는 일처럼 집안의 큰 일에 속한다고합니다. 하루에 뚝딱 끝나는 일이면 좋겠지만 보통은 며칠씩 걸린다고합니다.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서는 구멍란 창호지를 교체하는 일은 땔감을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였을거예요.

 


 

장지문의 문살 무늬, 빛의 강도와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창호지의 투명도

 

어린시절 화창한 늦가을날에 할머니와 함께 문에 창호지를 발랐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묵은 창호지를 남김없이 다 뜯습니다. 이 일은 막내인 제 일이였습니다. 막내가 하기엔 묵은 창호지 뜯는 일은 정말 힘든일이였던 기억이 납니다. ㅜㅜ 깨끗해진 문살에 밀가루풀을 바르고 창호지를 붙인다음 빗자루로 쓱쓱 빗으며 쓸어주면 창호지가 잘 붙습니다.
우리 자매 방의 창호지에는 꽃이랑 잎사귀를 뜯어 붙였는데 창호지를 겹으로 붙여 놓아 빛이 드는 아침과 저녁에는 은은하게 꽃무늬와 잎사귀가 비치는데 어린나이에 이쁜줄도 모르고 두번 일하는 것이 귀찮아 맨날 나만 시킨다며 투걸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할머니의 나름의 손녀 사랑이였던걸 이제야 알다니...ㅜㅜ)
아래 별채 할아버지께서 기거하시는 방문 창호지에는 사각으로 작은 구멍을내어 투명한 유리를 붙였습니다. 할아버지는 한번 방에 드시면 식사시간 전에는 나오는 법이 없으셨기에 아마도 할아버지를 위한 할머니의 작은 배려였던것 같습니다.
겨울의 찬바람을 막기위해 우리는 문풍지도 가장자리에 붙였어요. 찬바람이 불면 문사이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라는 의도였습니다. 요즘 실리콘 투명 문풍지들 많이 나오던데 옛날에는 창호지로 문풍지를 붙였습니다.
누런 낡은 창호지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나면 찢어진 부분없이 말끔한 상태의 흰 창호지가 묘하게 낮설기도하면서 좋았습니다. 뿌연 먼지가 쌓인 툇마루는 깨끗한 창호지 덕분에 마치 소제를 한 것 마냥 깨끗해 보이기까지 했지요.
우리 할머니께서는 잘 마른 창호지에 손가락으로 쳐보시며 낮게 울리는 '탱'하는 소리가 나면 "아따~, 잘 말랐네" 구수한 사투리를 찰지게 하시며 열어 두었던 분합문을 닫으셨습니다.

 

현대식 한옥 부엌 뒷문으로 자바라식 분접문

한옥은 빛의 미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옥 한채에는 창과 문이 수십개이고 어느 것이 창이고 어느것이 문인지 구별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이를 '창문'이라고 칭합니다. 서양에는 없는 단어라지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이면서 창인 우리 한옥의 문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기하학적인 문살에 창호지를 붙이면 신기한 마술을 부린듯 리드미컬하게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집안 풍경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