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귀하던 겨울은 가고 따뜻한 꽃바람이 산과 들에 불어오는 3월입니다.
오늘은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경칩답게 낮 최고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며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포근하지만 공기 질은 좋지 않았네요. 전북은 초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내려져 마스크를 꼭 챙겨 써야 했답니다.
이런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면 우리 초연당에는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트리겠지요. 납매에 설례는 마음을 이어 노루귀를 보고 이제는 풍년화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땅 여기저기 귀여운 복수초도 세력을 넓혀 가며 피어 있습니다. 다음에 곧 복수초 근황도 포스팅하겠습니다.
오늘은 봄소식을 전해주는 봄의 전령사 풍년화를 소개하려 합니다. 풍년화는 겨울 정원에서 혹독한 겨울의 칼바람과 맞서 이른 봄에 황금색 노란 꽃봉오리를 터트려 봄의 소식을 알려줍니다.
가지 끝에 꽃이 풍성하게 많이 피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하지요. 옛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그 해 풍년이 가장 큰 소망이었을 거예요. 꽃이 많이 피는 나무를 빌어 풍년을 바라지 않았을까요. 이팝나무와 풍년화는 꽃이 많이 달리지 않은 적이 없었거든요. 올해도 풍성하게 꽃이 피었으니 풍년이 들겠네요. ^^
풍년화는 일본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30년대에 홍릉수목원에 심겨지면서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나리나 토종 지리산의 히어리가 있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가끔 심고는 있지만 그다지 큰 인기 있는 나무는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풍년화의 노란 꽃잎을 보면 떡국 위에 소복이 올려놓은 노란 계란 지단이 떠오릅니다. 맛있겠다. ㅋㅋ 또 노란색종이를 가위로 얇게 잘라 붙여 놓은 듯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독특하고 특이한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풍년화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가 되어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 식물의 특징 중 꽃이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개화하는 습성과 화색이 매우 다양한 습성을 연구하고 있어 변종 및 품종의 수가 약 40여 종 이상에 달한다고 합니다. 내한성이 강하여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고 대기오염에도 강한 편이라 조경수로 좋다고 합니다.
풍년화는 자웅일가화로 2월~3월에 잎보다 먼저 황금색 노란 꽃, 붉은색 꽃을 피웁니다.
풍년화 유래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니 풍년화의 유래가 참 재밌습니다. 웹서핑해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풍년화의 학명은 Hamamelis japonica Siebold & Zucc.(학명 = 속명 + 종소명 + 명명자)입니다.
속명 Hamamelis의 유래에 대하여는 고대 그리스어 ἁμαμηλίς(hamamēlís)에서 왔는데, '동시에(at the same time)라는 의미의 hama와 '열매(과일)'을 의미하는 melis(서양모과 medlar의 어원으로 알려진 단어)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열매(과일)와 함께'라는 뜻으로 전년도에 열려서 익은 열매와 함께 꽃이 동시에 피어나는 풍년화의 특징에서 비롯되어 명명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풍년화 속'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는 '만작(滿作)'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풍년화(豊年化)'라고 부릅니다. 이름의 어원을 보면 일본 식물명 '만작'은 바로 풍작을 의미합니다. 식물을 도입하면서 일본어와 동일 의미의 식물명으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명 マンサク(満作, 만사쿠)에 대하여는 일본 내에서도 유래가 갈립니다. 이른 봄에 가장 일찍 핀다는 まず咲く(마즈 사쿠)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真っ先(맛사쿠, 가장 일찍)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또한 万年豊作(만넨호우사쿠)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꽃이 아주 많이 달려 핀다는 뜻으로 満咲き(만사키)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 식물명의 유래를 찾아가는 작업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입에서 입으로 불리는 것이 공식 식물명으로 올라가는 것이니까요(출처 : 꽃이야기 전문 출판사 모데미풀).
일본에서는 벚꽃보다 먼저 피는 꽃으로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활짝 피는 꽃으로 유명합니다. 풍년화가 많이 피면 풍년이 든다는 설은 어쩌면 눈이 내리는 이른 봄에 풍년화가 피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는 설이 있지요. 눈 속에 풍년화가 활짝 피는 특성에서 비롯된 유래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영어명은 'Witch hazel' 마녀의 개암나무라고 부릅니다. 독특하게 생긴 꽃과 줄기가 마녀의 마술지팡이와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으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다른 유래는 중세 영어에서 '잘 구부러지는'이란 뜻의 wiche에서 witch가 되었다는 약간 억지스러운 기원설도 있습니다. 자작나무의 개암나무와는 전혀 연관이 없지만 개암나무와 함께 광맥, 수맥을 찾을 때 이용했다고 합니다. 지하에 매장된 보석이나 지하수를 찾을 때 이용하였으니 마술지팡이처럼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어서 이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을까요? 또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즐(개암나무 열매)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도토리처럼 생긴 열매가 비슷하여 붙여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일본의 원산지인 풍년화뿐만 아니라 중국의 풍년화(몰리스풍년화; Hamamelis mollis Oliv. ex F.B.Forbes & Hemsl.) 금루매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대체적으로 옅은 노란 꽃인데 중국의 풍년화는 좀 더 진한 황색과 붉은 풍년화가 있습니다.
그거 아세요? 가을에 피우는 풍년화도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풍년화의 꽃모습을 닮은 붉은 상록풍년화입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겨울의 찬바람에 맞서며 피우는 봄꽃이 아닌 정원의 나무들이 붉게 물드는 가을의 절정에 꽃을 피는 늦가을 풍년화이지요. 우리 초연당에도 자줏빛 단풍 잎사귀 사이에 진한 자줏빛 풍년화가 핀답니다.
2021.10.13 - [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 초연당 야생화 이야기 - 풍년을 기원하는 풍년화? 루브룸로로페탈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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