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뜸했던 나무 얘기를 오랜만에 해 보려 합니다.
전라남도 화순 가수리에서 들의 둑에 자연히 발아해 자란 재래종 소나무를 우리 초연당에 이사시켰습니다. 11월 8일에 이사 온 나무인데 소식 알림이 좀 늦었습니다.
이 고령의 수목은 우리 인간의 1세기를 산 100년 된 소나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슐만의 숲에는 4,800년 동안 살고 있는 소나무도 있다고는 합니다. 이 '므두셀라' 소나무는 사실 매우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합니다. 소나무는 혹한의 나쁜 생존 조건 속에서 살아남는 강인한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소나무를 옮겨 오는 굴취 과정을 기록한 사진들입니다. 100년 된 소나무이니 많이 귀하신 몸이라 굴취를 하기 위해 중장비가 많이 동원되었습니다. 고령의 수목인만큼 뿌리의 깊이가 생각보다 깊고 넓어 굴취하는데 상당한 양의 흙을 퍼 내야 했다고 합니다.
나무 사랑이 남다른 초연당 김관중 당주께서는 이번에 이사 온 고령의 소나무에 '가수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가수리에서 왔으니 그 지역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밝혔습니다.
성벽 앞 양지바른 곳에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았네요.
성벽 길목 앞 자리를 잡게 한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1년 전에 이 자리에는 라일락 나무가 있었습니다. 라일락이 필 무렵 그윽한 라일락향 꽃향기가 주변을 매료시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전 이유 없이 고사하고 말았습니다. 김관중 당주께서는 어쩌면 가수목에게 이 자리를 내어 주려고 그랬나 보다며 담담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 성벽을 잘 지켜 주세요! 가수목 어르신!"
김관중 당주께서 가수목에게 인삿말을 건넵니다.
어렵게 모셔온 이 재래종 소나무가 우리 초연당의 환경을 잘 버티고 견디어 진정한 우리 정원 식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진심을 다해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셨답니다. 정말 나무 사랑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우리에게 온 고령의 가수목 소나무는 누가 일부러 심은 나무는 아니며 둑에 자연 발아하여 자란 자연 재래종이라고 합니다. 소나무 생산 확인표를 보니 수종에 대한 별다른 내용이 없어 그냥 토종 소나무로 생각됩니다.
우리 정원으로 온 가수목도 굽은 모습인데요. 보통 소나무하면 굽은 모습이 많이 떠오르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는 굽지 않고 곧은 소나무도 많다고 합니다. 곧은 소나무를 많이 볼 수 없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벌목이 되어 굽은 소나무만 남아 번식해서 굽은 소나무가 많은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굽은 소나무가 본래의 우리 토종 소나무의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우리 토종 소나무는 솔잎이 2가닥입니다. 잣나무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잣나무는 솔잎이 5가닥이랍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제2의 소나무 북아메리카산 리기다소나무는 솔잎이 3가닥입니다. 이 나무는 키는 멀대 같이 큰데 얇은 가지에 듬성듬성 잎이 있고 줄기 중간중간에 숭숭 털처럼 잎들이 나 있어 뭔가 보기 좋은 나무는 아닙니다. 우리 고유 소나무 적송보다 더 많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가 큰 소나무가 리기다소나무입니다. 외국산이지만 그래도 한때 거칠고 척박한 우리 땅을 푸르게 덮어준 일등공신인 나무입니다.
사진 가장자리에 뒷 실루엣을 보이는 황소 2마리와 옥호루 도랑에 물소 1마리 총 세마리 소를 입양해 왔답니다.
간간이 사진 속에 여기저기 출몰하는 황소가 궁금하셧지요? 요 아이들은 11월 6일에 입양했습니다.
어째 점점 초연당 식구들이 느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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