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전통한옥생활체험관 초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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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숲의 지배자 서어나무 장마에 쓰러지다

초연당웹지기 2023. 7. 14. 13:28
황매실원액

 

오늘도 비가 많이 내리네요. 해년마다 전라도 지역은 비와 눈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몇 해에는 섬진강 주변 일대가 물난리를 겪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주 역시 정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 초연당에 늙은 서어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수령 300이 넘은 고령나무입니다. 겉모습만 보아도 이 나무의 세월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곳저곳이 썩고 이끼가 끼어있습니다. 작년 11월 강풍에 큰 가지가 부러졌고 밑동부터 운지버섯이 피어올라 그야말로 고목나무 자태 그대로입니다. 부러진 가지로도 여태껏 굳건히 자리를 잘 지켰는데.... 이번 장마로 기어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체험장 앞으로 처참하게 넘어져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아랫밑동이 썩으면서 거대한 몸통을 지탱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ㅜㅜ


서어나무는 쓰임새로 말하자면 울퉁불퉁 근육질 나무라 딱히 쓰임새가 많지 않은 최하등급인 나무입니다. 표면이 고르지 않은 덕분에 쓰임에 제한이 있으며, 표고버섯 나무로 활용한다고 하는데 참나무에 비하여 버섯도 덜 나와 쓰임새가 퍽 좋지는 않다고 합니다.  고사하면 벌목하여 땔감으로 사용합니다.

서어나무의 한자로 서목(西木)이라하여 서쪽나무를 의미하는데, 강원도 이남에 분포하는 온대 수종의 하나로, 본래 서쪽에 있는 나무라하여 서목으로 표기하지만 특별히 방향을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말로는 서나무, 서어나무로 부릅니다. 또한 울퉁불퉁한 표면의 생김새 때문에 근육나무로 불립니다. 한자이름으로는 견풍건(見風乾)이라 합니다.
위키백과를 참고해 보니, "학명은 카피너스 락시훌로라(Carpinus laxiflora), 속명은 켈트어로 '나무'라는 뜻의 카와 '머리'라는 뜻의 핀의 합성어이다. 나무의 우두머리 라는 의미로 별명이 머슬 트리 즉, 근육나무라고 일컫는다.'

21년 11월 강풍에 부러진 서어나무

 

남원시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서어나무는 우리나라 숲의 극상 상태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숲의 지배자입니다.
숲은 오랜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모습이 변해갑니다. 이런 산림의 발달 단계를 '천이'라고 부르는데요. 숲이 처음 생성되어 곰팡이, 이끼 같은 지의류가 생기고 초본류가 자랍니다. 다년생풀과 큰 나무 관목들이 나타나고 햇빛과 그늘이 생기며 숲의 생태계가 변해갑니다. 이런 천이의 마지막 단계를 극상림 상태라 하는데 우리나라 숲의 극상림의 대표적 나무가 서어나무입니다. 물론 극상림에 서어나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수 중에는 소나무류가, 음수 중에는 단풍나무 참나무 및 서어나무가 있습니다. 서어나무는 잎이 작고 조밀하여 숲 속의 음지를 조성하게 되어 하층 식물들의 발달을 더디게 합니다. 최종적으로 서어나무가 점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숲의 극상림의 대표나무라고 숲의 제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나 봅니다. 서어나무 학명(Carpinus laxiflora)에 들어 있는 Carpinus 의미는 나무의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쓰인것으로, 숲에서 그 기능과 지위를 간접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극상림 대표나무 서어나무
광릉숲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

서어나무는 홀로 자라기 보다는 군란을 이루어 무리 지어 자라는데 서울 근처의 광릉 숲이 서어나무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서어나무에는 특별한 곤충이 사는데요 바로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입니다. 이 곤충은 오래된 서어나무를 먹고 산다고 합니다. 유충이 죽은 서어나무를 갉아먹고 자란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광릉숲에서 발견한 멸종 위기종 장수하늘소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