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겨울 한옥집 맑은 꽃 향기

다들 요 며칠 동안 눈 구경 실컷 하셨지요? 춥기는 또 얼마나 춥던지 내복 없이는 문지방을 나설 수가 없었네요.
어느덧 내복 없이 겨울을 나기 어려워진 나이가 되었습니다. ㅜㅜ

나무에 걸린 고드름

남부지방도 영하 10도 나무에 걸린 고드름

 

요즘 매서운 추위가 이곳 초연당에도 불어 닥쳐 구석구석 흔적을 남겼습니다.
연못은 얼어 빙판이 되었고 정원수를 주던 수도꼭지도 그 기능을 하지 못한 지 좀 되었습니다.
저는 춥고 미끄러워도 눈오는 날을 늘 기다립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요 며칠 동안 눈이 펑펑 내리는 통에 마음이 들뜨고 설렘 설렘 했습니다. 
흰 눈이 까만 기와지붕 위로 소복이 쌓여 그 자체 그대로 풍경화입니다.

흰눈이 쌓인 초연당

온세상이 하얀 한옥집

눈이 내리고 있는 고즈넉한 한옥 풍경

고풍스러운 한옥 겨울풍경

 

눈이 오니 우리 초연당 운용매의 꽃망울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네요.
찬 눈을 맞으며 고행을 견뎌내고 마침내 맑은 향기를 내뿜으며 꽃을 피울 설중매가 우리 초연당에 묵묵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매화는 추운 고통을 겪은 후에 맑은 향기를 발하는 법이다'는 신영복 교수님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百鍊剛(백련강)

精金百鍊出紅爐
梅經寒苦發淸香
정금백련출홍로
매경한고발청향

좋은 쇠는 뜨거운 화로에서 백번 단련된 후에 탄생하고,
매화는 추운 고통을 겪은 후에 맑은 향기를 발한다.

 

위 글은 역경의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글귀입니다.

 

이 글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20일을 감옥살이를 하며 쓴 옥중 글 중 '백련강'이란  서예 에세이입니다. 신영복님의 20년이 넘는 감금생활을 정신과 사유로 이기고 견뎌낸 고매한 인격이 느껴지는 잠언입니다.
신영복님은 젊은 청춘을 내내 감옥에서 보내며, 감옥을 홍로처럼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공간으로 삼고, 오랜 기간 동안 한고 속의 매화처럼 견디고 살아왔을 인고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줍니다.

 

주저 없이 뻣은 강한 필체에서 대범함과 강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백련강' 서예 작품은 많은 이들이 족자로 벽에 걸어두고 명언처럼 마음에 세기며 자신을 단련하는 채찍질로 삼기도 합니다.

 

백련(百鍊)이란, 거듭거듭 단련한다

백련은 옛날 중국의 명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벽련강의 의미는 좋은 쇠는 뜨거운 용광로에서 백번의 단련을 겪어야 한다는 의미로 정금(精金)을 얻으려면 백련(百鍊)을 한 후에 홍로(紅爐)에서 나오는 법이며, 매화(梅花)는 추운 겨울의 고통을 이겨내고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웁니다.

 

이밖에도 역경을 이겨내는 자세에 대한 명언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인봉간난현기절
人逢艱難顯其節

사람은 고난을 만나야
비로소 그 절개가 드러난다

 

이밖에도 역경 하면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 생각납니다. 
시구에서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라는 시구가 자연 속 수만은 역경과 시련 자연의 도움으로 견딘 시간 후에 붉고 둥근 대추 한 알이 탄생한다는 시인의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출판사 이야기꽃의 '대추한알

 

'처음처럼 ' 신영복 서예 에세이를 눈 오는 날 밤 사색에 잠기며 읽어 보았습니다.
3월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이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역경을 견뎌 내는 마음은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끊임없는 성찰로 이겨낸 후에 더욱 단단하고 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12월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네요. 내년에는 어려운 역경이 있어도 고난을 극복하고 뜻하는 바를 꼭 이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