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초연당 양돌이 이야기만 했는데 오늘은 초연당에 사는 까치 부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까치 부부가 요란하게도 부부싸움을 한 듯합니다.
집도 높은 곳에 있어서 우러러 봐야 하지요. 어제는 부부싸움이 심각했는지 서로 떨어진 높은 나무에 앉아 우는 걸 봤어요.
평상시 까치 부부는 천하무적입니다.
초연당을 굽어 보며 다른 날갯짓하는 조류가 나타나면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처럼 가차 없이 응징하여 내쫓아 버리죠.
사나운 매도 까마귀도 온순한 비둘기도 모두 얼씬도 못하죠. ㅎㅎ
높은 새집에 있는 녀석
아래 높은 나무 사진도 녀석이 조그맣게 보임
반대편 나무에 앉은 녀석
아주 작게 보이는데 왼쪽 나무 꼭대기에 앉아 홀로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초연당 까치 부부가 드디어 많이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눈이 내린 덕일까요?
초연당은 눈 내릴 때 또 한 풍경합니다.
먼저 높은 둥지에 앉아 있는 까치 모습입니다.
이 정도 거리로 가까운 사진이 안 나오면 까치들 성을 "조"씨로 붙일 뻔했습니다. ㅎㅎ
다행히 오늘 까치 부부 멀리서도 사진발 잘 봤네요.
역시 원경 사진에선 까치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까치 모습은 없지만 대신 주변의 정원 설경은 멋집니다.
초연당 길조 까치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볼게요.
길조 까치
까치는 까마귀과에 속하는 새랍니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입니다. 학명은 Pica pica입니다. 까마귀보다는 작으나 꼬리가 길고 흰색과 검은색, 부리와 발도 검은색의 까마귀와 좀 다른 깃털 색을 가졌습니다.
까치는 인가 근처의 활엽수에 둥지를 틀고 살아요. 먹이는 잡식성으로 새알과 새의 새끼, 쥐, 뱀, 개구리, 올챙이, 작은 물고기 등 동물성과 쌀, 보리, 콩, 감자, 사과, 배, 포도, 버찌 등도 가리지 않고 먹는답니다.
1964년 '나라새 뽑기 운동'에서 까치가 나라 새로 뽑으면서 보호조로 지정되어 포획이 금지되었답니다.
까치는 우리 민족과 매우 친한 야생 조로 까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까치를 죽이면 죄가 된다'는 속신이 전해지고 있으며, '아침에 까치가 울면 그 집에 반가운 사람이 찾아온다'는 길조로 여기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농민들도 감이나 과일 따위를 수확할 때에도 까치밥으로 잘 익은 홍시나 잘 익은 과일을 그대로 나뭇가지에 남겨두기도 하였어요.
설날과 까치의 관계?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 일까요? 윤극영 선생의 '설날' 동요 가사를 살펴보면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우리의 설날은 정원 초하룻날, 음력으로 새 해 첫 번째 달의 첫째 날을 말합니다. 그럼 어저께는 어제를 이르는 말로 섣달 그믐날, 즉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 마지막 날을 말합니다.
까치설날은 왜 어저께일까요? 설날에 갑자기 웬 까치가 등장을 할까요?
민속연구 권위자였던 고(故) 서정범 교수의 주장으로 설명하면, 원래 그믐날은 '아찬 설' 또는 '아치 설'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찬', '아치'는 순우리말로 '작은'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설 전날을 '작은설'이라고 해서 '아치 설'이라고 했다는 것이죠. 세월이 흐르면서 '아치'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형되었다는 설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까치 설날' 동요는 일제 강점기 시기에 작사 작곡된 동요입니다. 일본에게 우리말과 동요까지 빼앗긴 안타까운 마음을 동요로 표현해 전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은 양력 1월 1일 '신정'을 설날로 쇠는데 일제를 까치로 비유했고, 우리 민족의 설날은 음력 1월 1일로 일본의 설날이 앞서 있기 때문에 '어저께'라는 가사를 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왜 일본을 까치로 비유했을지 의문이 남습니다.
윤극영 선생 회고에 따르면 까치 등이 검어 섣달그믐이고, 하얀 까치 배는 밝아 오는 설날입니다. 새해 첫날은 우리 설이고 섣달그믐은 까치설이라합니다. 윤극영 선생의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길조의 상징은 까치지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니 설날과 정말 연관이 있을 수 있겠네요.
까치는 실제로 시각과 후각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 주위의 냄새는 물론 사람의 냄새까지 구분하고 기억을 한다고 합니다. 높은 나무 위 둥지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멍멍이보다 먼저 마을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경계의 표시로 '깍깍!!'하고 울었겠지요. 객지에 나간 자식과 일가친척들이 방문하면 어김없이 까치가 높은 둥지 위에서 먼저 그 소식을 알렸을 거예요.
설날에는 떨어져 지내는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새해 덕담을 나누기 때문에 설날 동요에 까치가 등장하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까치 설 설화
많이들 알고 있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 이야기를 해 볼게요.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한 스님과 짜고 왕을 죽이려 했어요. 그런데 까치와 쥐, 돼지, 용의 도움으로 왕은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습니다. 소지왕은 동물들의 공을 인정하여 십이지신에 모두 넣어줬지만 까치를 넣을 자리가 없어 고심하다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로 하여 까치설이 생겨났다는 설화입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동물이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라고 밝혔어요. 이 설화는 까치설의 유래가 왜곡되어 알려진 것이랍니다. 그래도 재밌지요?
이밖에도 까치의 깃털 무늬와 비슷한 색동저고리를 설 전날에 준비했기 때문에 까치설이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까치설날은 왜 어저께냐고 묻는다면 땀 뻘뻘 흘리지 말고 이제 재밌는 설 이야기를 나누며 귀성길에 올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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