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남쪽 이른 매화 개화 소식

여전히 추운 2월 남쪽에는 매화의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순천 금둔산 금전사 납월매가 피었다고 합니다.
진도 수진재에서도 꽃 소식이 들려옵니다.
우리 초연당 운용매도 이제 꽃망울에서 살짝 입을 벌리기 시작하네요.

일부만 잘라서 화병에 꽂으면 매화차 향을 흠뻑 흠향할 것인데 차마 가위를 대지 못하고 그냥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인이 보내준 매화

 

초연당 꽃봉우리를 맺은 운용매

주변은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습니다. 이 엄동설한에 매화가 봉오리를 맺었다니 올해 운용매는 좀 더 빨리 개화할 모양입니다.

 

오늘은 무척 하늘이 푸릅니다.  구불구불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뒤틀린 운용매의 가지들이 유난히 푸른 하늘과 대조적입니다. 요 꽃들이 만개하면 향기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살아 있는 산수화가 완성되겠지요? 

 

근심 걱정을 잊는 해우소에서 창문을 시원하게 밀어 젖혔더니 확 트인 너른 들판과 섬진강이 보입니다. 답답한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병풍처럼 둘러 쳐진 무등산도 선명하게 잘 보이네요.

해우소(解憂所)는 사찰에서 화장실 대신 사용하는 말이랍니다. 해우소 의미를 헤아려보니 그 뜻이 얕지만은 않네요. '근심을 풀어주는 곳' 이 말에 모두들 공감하시지요? 이것은 당해본 사람만이 그 의미를 안다는.... ㅋㅋ 
갑자기 생리적인 현상으로 대소변을 해결해야 하는 일은 적지 않은 근심거리가 되지요. 이 근심을 해결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근심이 사라집니다. 화장실은 그야말로 근심을 풀어주는 곳이네요. 

해우소 창문 너머로 섬진강과 무등산이 보이는 풍경

 

오늘 아침 운용매는 설중매가 아닌 상중매(霜中梅)가 되었습니다. 조선 선비들이 매화를 보기 위해 매화나무를 방에 들여 불을 때고 온기를 주었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행여 서리에 꽃망울이 시들지 않을까 무척 염려가 됩니다. ㅜㅜ

아침 서리가 내려 앉은 운용매 꽃망울

서리꽃과 운용매

운용매 옆 나무와 풀들에게도 냉기를 내뿜는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흰 눈꽃이 피어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동이 트면 사라질 풍경이기에 서텨에 서리꽃을 남겨 놓고 싶네요.

엉겅퀴 마른 꽃 위에 내린 서리

철쭉 잎사귀 위에 내려 앉은 서리

 

철쭉 잎사귀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꽃이 기온차를 실감 나게 합니다.  요렇게 일교차가 심하고 새벽녘에 서리대왕이 정원을 돌고 갔는데도 운용매는 굳건하게 제 할 일을 조용히 해 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구불구불 가지 사이로 향기로운 꽃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른 아침 고요 속에 홀로 초연당을 둘러보는 일은 하루 일과 중 단언 최고 매력적인 일입니다.
저는 늘 아침이면 양돌이 밥을 챙겨 주고 운용매를 감상하러 간답니다. 오늘도 서리 속에 조금씩 꽃봉오리를 열고 있는 운용매를 보며 기다림의 미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참! 우리 마스코트 양돌이는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똑똑한 양이랍니다. "달려", "뛰어"는 이해하는 듯해요. 육중한 몸으로 질풍처럼 달리지요. 다만 숏다리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이 사진은 작년에 풀이 지천에 널려 양돌이가 풍요로운 때의 사진입니다.

21년 잔디와 풀이 지천에 널릴 때 찍은 사진

그래도 왠지 혼자 있는 모습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 간 양순이가 자꾸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