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무더운 날에 가끔 내려주는 소낙비가 뜨거운 대지를 식혀주기도 하고 저녁나절에는 더위를 쫓아주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불어 줍니다. 양보란 모르는 듯 영원히 뙤약볕을 내리 쬐일 것 같던 태양도 어느새인가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고 있네요. 여전히 덥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산책하기 참 좋습니다.
새벽에 오천년 정원을 휘~ 돌며 초연당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른 아침 색색이 피어 반갑게 인사하는 야생꽃이 눈인사를 합니다. 재잘재잘 참새의 아침 인사도 퍽 즐겁습니다.
이렇게 초연당 본체 길상당 앞마당을 시작으로 둘레길을 돌고 제자리로 돌아와 위를 올려다보았더니 연꽃 사이로 길상당 기둥의 시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초연당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까지 모르고 지나쳤던 주련이 오늘 처음으로 보입니다.
아~ 저 기둥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초연당 문화지킴이 이은호팀장님께 여쭤 보았더니 주련에 대한 자료를 한보 타리 내주시네요. ㅋㅋ
며칠 동안 이 주련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제법 재밌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
기둥에 새겨진 시 한 구절
주련이란?
주련은 한자를 풀이하면 '住;살 주, 聯;잇닿을 연'으로 표기합니다. 국어사전에서는 '기둥이나 벽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 주로 한시의 연구(聯句)를 쓴다'로 적혀 있습니다.
옛날 우리네 전통 한옥집에서는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붙이거나 얇은 판자에 새겨 기둥 마디에 걸었다고 합니다. 주로 고전의 문헌에서 빌려오거나 스승이나 지인의 가르침을 쓰기도 한고 직접 시를 지어 쓰기도 한다 합니다.
보통 널빤지에 새겨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건답니다.
안채에는 안마당을 향한 기둥에 주련을 걸고 그 내용은 필치 좋은 사람에게 부탁해 덕담이나, 좋은 시, 인격함양을 위한 좌우명 등의 글귀를 새겨 걸었다고 합니다. 사랑채의 기둥에는 유명한 시나 자작한 작품을 써서 걸기도 합니다. 한 구절씩 적어 네 기둥에 걸면 시 한수가 된답니다.
주련은 궁궐이나 사찰, 사대부가 기둥에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자 특유의 조형미를 한껏 살려 건물 주인의 정서와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지요. 한시나 한문이 요즘 우리 세대에게는 의미를 헤아릴 능력도 없고 관심도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시각적으로 건물이 참 고상하다고 무심히 느낄 뿐이지요.
주련을 보고 있자니 여유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자나 한문이 어렵다 보니 한자 사전을 뒤적뒤적해서 찾아보고 그 의미를 헤아려 보는 재미도 솔솔 하지 않을까요.
초연당 순향문 주련
<순향문 주련>
大魂莽蕩無辺底
대혼분탕무변저
우주는 아득하여 끝도 없는데
等閑人事若流水
등한인사약류수
심상한 인간사 흐르는 물과 같아라
조선시대 중기 광해군 때의 유명한 문인 조우인의 시구입니다. 다수 가사를 쓴 문인이고 수능시험 문학 지문으로도 출제될 수 있는 문학적으로 해석 가치가 뛰어난 글이라고 합니다. 기행가사라고도 하는데 어떤 작품 속 구절을 주련으로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학식이 얇아서 조우인은 잘 모르나 순향문의 위치는 섬진강을 보고 있으니 잘 어울린다 생각됩니다.
순향문은 광주광역시 지원동에 120년 된 고택의 문입니다. 소방도로가 생기게 되어 해체될 위기에 있던 고택의 문을 초연당에 옮겼어요. 쪽문의 운치가 멋집니다. 문 얖 옆으로 행랑체를 들어 앉혔어요. 머슴이 금방이라도 저 여닫이문을 벌컥 열고 나와 싸리비를 들고 마당을 쓸 것 같네요.
다음 포스팅에도 주련을 계속 올려볼까 합니다. 또 기대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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