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후 초연당 오천년 정원에는 싱그러운 봄의 꽃들이 만발해 있습니다.
올해에도 자란의 자태에 흠뻑 빠졌습니다.
우리 초연당 대표 누각 옥호루(玉壺樓) 밑은 바위 주변이 자란(紫蘭)으로 가득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흰꽃과 붉은 꽃이 어우러져 더 조화로워지고 있습니다. 전통 누각과 잘 어울리는 쨍한 보랏빛 꽃이 참으로 고급진 풍경을 만듭니다. 이맘때 옥호루 누각 밑을 지날 때면 홍자색 수려한 꽃에 매혹되어 그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게 됩니다. 참으로 고상하고 기품 있는 난초입니다.
순창은 남부지역이지만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제법 매서워서 영하의 기온이 더러 있는지라 노지 알뿌리가 얼어죽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지요. 매년 요렇게 이쁜 꽃을 피워주니 대견할 따름입니다. 알뿌리가 많이 번식을 했는지 옆으로 식구들이 많이 늘어나 한층 풍성한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전남 목포에서부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이르는 지역과 제주 등지 20여곳 자생지가 있다고 합니다. 해안과 섬의 낮은 산지와 풀밭에서 서식합니다. 특징은 바위의 암벽에서 자생하는 희귀식물입니다. 알뿌리로 다년생 난초입니다.
꽃말은 ' 서로 잊지 말자'입니다. 이런 꽃말을 갖게된 연유가 궁금합니다.
학명은 Bletilla striata Thunb. Striata는 세로줄이 있다는 의미이며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로 재배도 용이합니다.
빼어난 꽃의 아름다움때문인지 자생지에서 불법 남획 위협에 처해 보호가 절실한 난초입니다. 자연상태 그대로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굳이 안방에 들이고 싶다면 이기심을 버리고 재배종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약재로의 자란
자란은 덩이줄기를 말려 약재로 쓰는데 이를 백급이라고 부릅니다. 백근(白根), 자혜근(紫蕙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백급(白芨)이라는 이름에서 ‘백(白)’은 덩이줄기가 희다는 뜻이고, ‘급(芨)’은 ‘립(苙)’의 의미로 백지나 종려나무가 초생일 때 잎 모양과 비슷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황해도, 강원도, 평안도, 함길도에서 생산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봄(음력 2월), 가을(음력 8~9월)에 채취하여 수염뿌리(잔부리)와 잎은 제거하고 씻은 후 끓는 물에 살짝 찌거나 삶습니다. 가운데 흰 부분이 없어지면 햇볕에 반쯤 말려 껍질을 벗기고 다시 햇볕에 바짝 말립니다. 쓸 때에는 잘게 썰어 사용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코피가 나거나 피를 토할 때, 기침할 때, 침 속에 피가 섞여 나올 때 백급을 찬물에 타서 먹으면 효과가 크며, 미음에 타서 먹어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북한에서 펴 낸 『동의학사전』에서는 백급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폐를 보하고 출혈을 멈추며 부종을 내리고 새살이 잘 살아나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지혈작용, 위 및 십이지장궤양치료에 작용, 억균작용 등이 밝혀졌다. 폐가 허하여 기침하는데, 각혈, 코피, 외상성 출혈, 옹종, 창양, 화상, 손발이 트는 등에 쓴다. 하루 3~9g을 물로 달이거나 환을 짓거나 가루 내어 먹는다."
백급은 기운을 수렴해서 상처를 아물게 하고 피를 멎게 하며[收斂止血], 종기의 부은 것을 가라앉히고 새살을 돋게 하는[消腫生肌] 등의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내과성 질환에는 약재를 달여서 물약으로 먹거나 가루를 빻아 가루복용을 하기도 합니다. 외과형 질환 특히 악성종기와 피부궤양, 습진 등의 질환에는 말린 가루를 빻아 환부에 직접 뿌려주거나 바셀린과 같은 기름에 개어 연고나 크림처럼 바를 수 있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동상, 화상, 손발 피부를 부드렇게 유지시켜 주는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2022.05.25 - [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 자란 - 옥호루 아래 핀 자주빛 동양란 / 멸종위기 / 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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