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바람이 선선하여 활동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가을에는 왠지 아날로그 감성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볕이 좋은 오후에 집 근처 근린공원 벤치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독서를 즐기고 싶네요. 문득 벤치 근처에 핀 능소화가 여전히 피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한여름에는 흐드러지게 피어 포토존이 되기도 했었는데 초가을이라 아직까지 꽃이 피어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 초연당에는 올해 능소화가 빈약하게 피었습니다. 지난해에 터 자리를 옮겼더니 아직 적응 중인 모양입니다.
나름 소담소담 피어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고목 서어나무 기둥을 약하게나마 감고 올라서는 덩굴에게 오늘도 응원의 눈길을 주어 봅니다. 내년에는 주렁주렁 주황빛 꽃 나팔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도 해 봅니다.
양반집 마당에 심었던
양반꽃
능소화(凌霄花) 이름
학명은 Campsis grandiflora (Thunb.) K. Schum. 또 다른 학명으로 Bignonia grandiflora Thunb. 입니다.
여름꽃 하는 바로 떠오르는 여름철 대표 꽃 중 하나인 능소화! 능소화는 '凌霄花'로 글자 해석하면 하늘을 능가하는 꽃입니다. 꽃이 하늘을 능가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능소화 덩굴이 커다란 다른 나무를 감고 한 없이 위를 향해 올라가 하늘에 도달하는 꽃이란 의미일까? 대충 하늘 높이 오르는 꽃으로 나름 해석해 봅니다.
이 밖에도 여러 이명이 있습니다. 영문 이름으로 꽃의 모양이 마치 트럼펫 모양과 닮아 트럼펫 클리퍼(trumpet creeper)로 부르기도 하며, 양반집 마당에만 심었다 하여 양반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금등화로도 불리는데 황금빛 꽃을 피우며 마치 등나무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밖에도 대화능소, 뇨양화, 나팔화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특징
능소화는 전 세계에서 단 두 종만 있다고 합니다. 중국 원산지인 중국능소화와, 미국에서 자라는 미국 능소화입니다. 중국 능소화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며 미국 능소화는 꽃이 좀 더 작고 길며 붉은색이 더 강합니다.
중국 능소화는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주 옛날부터 남부지방의 사찰이나 대갓집 앞마당에 많이 심었던 나무로 기품 있고 고급스러운 꽃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정원수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있고,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다른 물체를 붙잡고 타고 올라가는 덩굴나무로 약 10m가량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꽃은 7월~8월에 피는 여름꽃이며 초가을까지도 많지는 않지만 꽃이 피어 있네요. 두 달 정도 피었다 졌다 반복하며 여름 내내 아름다운 주황빛 나팔꽃을 볼 수 있습니다. 열매는 삭과로 9월~10월에 익습니다.
능소화 뿌리는 지네 발처럼 흡착뿌리가 있어서 벽면이나 나무 등 다른 물체를 잘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담쟁이덩굴과는 달리 부챗살처럼 자연스럽게 줄기가 뻗어 나가 마치 회갈색의 고목나무처럼 기품 있고 멋스럽습니다.
능소화의 꽃은 부인병에 효력이 아주 뛰어나 매우 좋은 약재료 사용되고 있습니다.
능소화 전설
옛날 어느 마을에 두 소녀가 살고 있었다.
정순이는 양반가 딸이고 영순이는 상민의 딸이었다.
양반인 정순이의 부모는 상민의 딸 영순과 어울리는 것을 마땅치 않아 하였다.
“양반에게는 양반의 법도가 있는 법이다. 앞으로는 그 아이와 놀지 않도록 해라. 네가 배울 바가 없느니라.”
그러나 정순은 영순과 계속 어울려 놀았다.
두 소녀는 서로 마음이 잘 맞아 늘 붙어 다니며 즐겁게 놀았다.
어느 날 정순이는 영순네 집으로 놀러 갔다.
그날은 영순네 부모들이 잔치 집에 가 영순이 혼자 집에 있었다.
눈치 볼 어른들이 없으니 두 소녀는 마음껏 뛰어놀았다.
바깥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정순이는 눈이 와서 좋았지만 산 하나를 넘어야 집에 갈 수 있기에 쌓이는 눈에 걱정이 되었다.
“나 어떡하지?”
“곧 눈이 멎을 거야. 조금만 더 놀다 가.”
마당에는 벌써 무릎까지 눈이 쌓였고, 날은 저물어 주위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정순이는 집을 나섰고 친구가 걱정된 영순은 따라나섰다.
연신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눈길을 헤치고 가다 언덕을 오르다 그만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두 소녀는 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아무도 모르게 죽고 말았다.
양가 부모들은 딸들을 찾기 위해 온 산을 다 뒤졌으나 눈 속에 파묻힌 시신은 찾을 길이 없었다.
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와 산과 들에 쌓인 눈들이 녹기 시작하였다.
봄이 가고 무더운 여름이 왔다.
산으로 약초를 뜯으러 갔던 아낙들이 벼랑 아래서 능소화 두 송이를 발견하고는
꽃이 너무 곱고 예뻐서 땅을 헤쳐 보니, 능소화는 두 소녀의 시신 위에 곱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문화원형백과 한의학 및 한국고유의 한약재 발췌 -
우리나라에서는 이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으며, 상민 집에 심어 가꾸면 곤장을 때려 다시는 능소화를 심지 못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능소화는 선비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능소화는 송이째 꽃송이가 떨어지며 집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품을 잃지 않는 모습이 선비들의 기개를 닮았다 하여 양반들에게 사랑을 받은 꽃입니다.
능소화의 꽃말은
영광, 명예, 자존심, 그리움, 기다림
또 다른 슬프고 애달픈 전설이 있습니다.
승은 궁녀 소화의 임금을 향한 그리움과 끝없는 기다림으로 얻게 된 상사병으로 끝내 죽고 마는데, 그녀가 묻힌 담장 아래에서 여름이 되면 능소화가 피었다는 슬픈 궁중 전설이 있습니다.
능소화 효능
민간 및 한방에서 어혈(瘀血)·이뇨·창종(부스럼)·통경·산후통·대하증·양혈·안정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씁니다.
항균, 항혈전, 항종양 항염 등의 작용이 탁월하여 훌륭한 약재료 활용되고 있습니다. 관절염, 골다공증, 당뇨 합병증 등 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이 뛰어납니다. 또한 피부 질환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능소화의 약래 효과는 현대 과학으로도 그 다양한 효능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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