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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4월에 피는 연보랏빛 깽깽이풀 깽깽이꽃 선황련

초연당웹지기 2022. 4. 4. 23:35
황매실원액

 

요즘 날씨가 참 따사롭습니다.

잔디밭을 자세히 보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작고 연약한 아이들이 오늘은 보입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얼굴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내 밀고 있으니 걸을 때 행여 밟지 않을까 발 밑을 조심해야겠습니다.

예쁘고 소담한 보랏빛 꽃이 쏙 올라왔습니다. 바로 깽깽이풀(꽃)이네요.

파스텔 느낌의 깔끔한 연보랏빛 작은 꽃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마네요. 깽깽이풀은 우리 토종 야생화 중 아름답기로 단연 으뜸으로 치는 꽃 중 하나입니다. 올망졸망 모여 핀 꽃이 봄바람에 잔잔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고운 소녀들이 모여 재잘거리며 저희끼리 재밌게 노는 모습 같습니다.

깽깽이풀(Jeffersonia dubia, twinleaf / rheumatism root)은 여러해살이풀로 한국과 중국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산골짝 반그늘 진 자리에 잘 자랍니다. 깽깽이풀은 우리나라 외 중국에서도 자생하는 야생화입니다. 중국에서는 뿌리와 뿌리줄기를 위장약으로 사용하는데 이 뿌리의 색이 선명한 노란색이고 꽃잎은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선황련 (鮮黃蓮)으로 부릅니다.

개화시기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4월 초순에 핀답니다. 원뿌리는 단단하며 잔뿌리가 많고 땅속줄기가 옆으로 퍼져가며 번식하는데 이 땅속줄기에서 잎이 나옵니다.

깽깽이 풀꽃은 꽃이 너무도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를 하는 편입니다. 식물원이나 고급 정원에서 인공으로 번식에 성공하여 어렵지 않게 자주 볼 수 있는 야생꽃입니다. 그런데 자생지에서는 깽깽이풀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 아세요?
깽깽이풀은 멸종위기 2급 보호종입니다. 자연스럽게 생물이 탄생하여 번식되다 자연환경으로 멸종이 되었다면 자연스러운 일 일 수는 있으나 사람들의 개입으로 종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무분별한 생태계 훼손으로 야생식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산행에서 만난 이런 아이들을 자생지에서 옮겨 자신의 집에 들이시는 분들 가끔 있으시더라고요. 자연보호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깽깽이풀은 너무 예뻐서 수난을 겪고 있는 들꽃 중 하나랍니다. 요즘은 약효가 알려지면서 무분별하게 남획되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합니다.ㅜㅜ

 

깽깽이풀 이름 유래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저술 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최초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학명의 속명 에폐르소니아(Jeffersonia)는 미국 대통령 Thomas Jefferson를 기념하기 위하여 유래된 이름이고, 종소명 두비아(dubia)는 잎이 반으로 접혀 올라오는 모양을 일컫는 말로 "깽깽이풀"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중국 명의 선황련(鲜黄蓮 )도 깽깽이풀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 이름이 어디서 유래가 되었을까 참 난해합니다.

깽깽이풀 이름에는 여러 다른 재미난 의견들이 많습니다.

첫 번째, 이 들꽃은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땅 속 줄기 맛이 매우 써서 이 약재를 먹을 때 '깽깽'거리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해서 깽깽이풀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두 번째, 강아지가 뜯어먹고는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말이 있는데요 실제로 개도 풀을 뜯어 먹습니다(실제로 목격한 바 있습니다. ㅋㅋ) 사실 이 말은 개는 원래 풀을 뜯어 먹는 동물이 아니므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의미합니다. 그럼 나는 뭘 본 거지? ㅋㅋ

세 번째, 깽깽이 풀꽃이 필 무렵의 농촌은 매우 바쁜 철입니다. 농번기에 홀로 이쁘게 꽃이나 피운다 하여 깽깽이에 비유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깽깽이는 국악기 해금을 비하해 쓰는 말입니다.

네 번째, 깽깽이풀은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지어 듬성듬성 무리 지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깽깽이풀 씨앗에는 달달한 젤리 같은 엘라이오솜이 있는데, 개미가 이것을 좋아해 물고 가다 중간에 떨어뜨린 곳에서 싹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싹이 트는 것이 마치 깨금발(깽깽이)을 뛰는 것처럼 띄엄띄엄 자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설입니다.

이밖에도 잎의 모양이 꽹과리(깽깽이라 부르기도 함)를 닮아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설까지도 있습니다. 대부분 어디서 이런 근거가 나와 이러한 이름들이 생겨났는지 기록이 없기 때문에 밝혀내기는 어렵네요.

깽깽이꽃

이 풀의 키는 대략 20~30cm 정도 작은 들풀입니다. 원줄기는 없으며 뿌리줄기는 짧고 옆으로 자랍니다. 뿌리에는 잔뿌리가 아주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깽깽이 풀은 잎보다는 꽃대가 먼저 올라옵니다. 봄이 되면 땅을 뚫고 뿌리에서 꽃대가 올라옵니다. 그 끝에 꽃망울을 맺는데요. 4월 초에 개화를 시작해서 5월까지 보라색 꽃을 피웁니다.  꽃을 피우면서 이제 뿌리에서 잎들도 쑥쑥 올라옵니다. 4월에 처음으로 올라오는 줄기들은 자주색을 띱니다. 줄기는 따로 없습니다. 여름에 열매를 맺는데 이 씨가 달달한 맛이 납니다. 개미들이 이 씨를 좋아해 물어 퍼뜨린답니다.

깽깽이 꽃은 너무도 연약해서 비라도 내리면 꽃잎도 꽃대도 버티지 못한답니다. 지금 한참 개화시기인데 비라도 내리면 이 연약한 꽃잎이 후두득 떨어져 버려 온전한 꽃잎이 붙어 있는 모양을 보기 어렵답니다. 이쁘게 피어 있을 때 많이 봐 둬야겠지요. ^^

깽깽이풀의 효능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에서는 이 깽깽이풀을 황련으로 부르며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은 없다고 기록하였습니다. 이덕무의 저술 청장관전서≫에서도 쓴맛이 고삼과 웅담과 유사하다고 기록할 만큼 맛이 매우 씁니다.

  1. 소화불량, 구토, 식욕부진에 좋은 효능
  2. 장염, 복통, 설사, 이질을 멈추게 하는 효능
  3. 입안의 혓바늘, 구내염 치료 효능
  4. 코피, 토혈을 멈추게 하는 효능
  5. 갱년기 증상 완화 효능
  6. 외용으로는 염증, 습진, 소양증에 완화 효과

 

깽깽이풀은 1980년대 이전에는 전국에 분포되어 자생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드물게 중부지방에서 볼 수는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자생종보다는 식물원에서 증식하여 산지로 이식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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