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그리워하는 "상사화"
- 꽃말 : 이룰 수 없는 사랑
상사화는 원산지가 한국입니다. 관상용으로 너무도 사랑을 받는 야생꽃입니다.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나무 밑에 줄기를 올려 아름다운 얼굴을 내밀고 있었네요. 꽃대 하나에 다섯개의 꽃이 피는 것이 매우 독특합니다.
상사화는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있을 때는 잎이 없는 식물이랍니다.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는 상사화.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하는 슬픈 이름입니다.
상사화와 비슷한 꽃무릇(석산)도 꽃이 필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어 서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상사화라고 하며 이별초라고도 부른답니다. 상사화는 무더운 8월에 꽃을 피우며 석산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9~10월에 붉게 꽃을 피웁니다.
초연당에는 가을이 시작될 때 정원 한 기퉁이를 붉은 석산이 가득 채워 장관입니다. 그때 또 포스팅을 할게요.
상사화 구근은 5년 정도에 한 번씩 분리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두꺼워져서 꽃을 피우지 않게 됩니다.
구근을 옮기는 시기는 개화 직후가 적당합니다. 마른 땅에서 구근을 팔 때는 구근이 절단되거나 상할 수 있으니 땅을 파기 전 흙이 부드러워 지도록 미리 땅에 물을 적셔 주세요.
봄에 작은 잎들이 올라오고 있을 때 봄비가 내려주면 정말 빠르게 잘 자란답니다. 이 잎사귀들이 햇빛을 듬뿍 받아 에너지를 모아 저장해 두었다 잎은 노랗게 변하면서 시들어가고 한 여름 또다른 새싹같은 녹색 줄기가 올라오며 아름다운 핑크빛 꽃을 피운답니다.
상사화에 얽힌 전설이 있습니다.
절에 불공을 드리려 절을 찾은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여인은 그곳에서 한 스님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스님과는 사랑을 이룰 수 없기에 괴로워 하는 여인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 죽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연을 알게 된 스님은 이미 화장해 한 줌의 재가 된 그녀의 일부를 법당 옆 화단에 뿌렸답니다.
스님은 이 법당 옆 화단을 지날 때마다 여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기도를 해 주었어요.
이듬해 봄 화단에는 처음 보는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나 잘 자랐어요. 6월 뜨거운 해가 대지를 달구자 잎사귀는 시들어 죽어가더니 한 달 뒤 꽃대가 올라와 고은 꽃을 피웠습니다.
이렇게 꽃과 잎이 함께 자라지 못하고 따로따로 돋아나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자라는 식물이라 서로를 생각하지만 만날 수 었다하여 상사화라고 불려지게 되었답니다.
상사화는 절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야생화인데요. 전설을 보니 절에 많이 심는 이유를 알 것도 같네요.
참 슬픈 전설입니다. 죽을만큼 좋아하지만 마음 한 번을 전하지 못한 짝사랑.
안예은의 '상사화' 가요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가사 만큼이나 멜로디도 슬프게 느껴진답니다.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수 없는데
사랑이 왜 이리 아픈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하얀 손 한 번을 못 잡고서 이리 보낼 순 없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험한 길 위에 어찌하다 오르셨소
내가 가야만 했었던 그 험한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생략.....
이 가요도 만나지 못하는 연인을 그리워 하는 내용이 절절합니다.
이금이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에는 유독 꽃들이 많이 등장을 합니다. 바우 이야기에서 상사화가 인상적입니다. 이동화는 미르, 소희, 바우 세 아이들이 서로 상처를 감싸주며 성장하는 성장동화입니다. 바우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말을 잃어버린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아이입니다. 동화 내용을 잠시 함께 볼까요?
엄마가 내 곁을 떠나면서 난 아무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내 안에선 엄마가 들려주었던, 기억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들꽃 이름들만 떠올랐어요. 가장 많이 생각난 꽃이 바로 달맞이꽃이었어요. 엄마는 아버지와 내게 달맞이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마음속이 환했고, 행복했거든요.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실감한 건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그 때까지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던 엄마의 죽음이 한순간에 날 후려치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내 그림을 보고 무슨 그림이 이러냐고 하는 순간 나는 더럭 겁이 났어요. 엄마가 없으니 이 세상과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나는 말을 잃은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닫았던 거예요.
엄마, 내 생각이 짧았어요. 우리 가족은 상사화의 꽃과 잎 같아요.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사화의 꽃과 잎이 한 몸인 것처럼 비록 만나지 못하고 살아도 우리는 한가족이에요.
바우는 엄마가 살아 계실 때는 엄마를 달맞이꽃에 비유했고,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한 몸인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듯 한 가족인데 서로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자신의 처지를 상사화에 비유했답니다.
상사화는 연분홍의 꽃이 피고, 약간 붉은색을 띠는 붉노랑빛의 남부 서해안에 분포되어 있는 상사화, 제주상사화, 진노랑상사화, 흰색 상사화는 전북 위도에서만 피는 상사화로 위도상사화라고도 불립니다. 이렇듯 다양한 색의 여러 종류의 상사화가 있습니다. 상사화는 남부지역과 남부 서해안가에서 자생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화단에 알뿌리를 심어 번식시킨 관상용입니다.
학대 속에서 피는 꽃이어서 일까요? 슬픔을 이겨낸 꽃이라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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