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의 중간을 향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지 낮 기온이 제법 쌀쌀합니다. 어느덧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찾아왔네요.
초연당과 아주 합이 잘 맞는 '비비추' 꽃이 초연당 한 켠에 꽤 오랫동안 피어 있었습니다. 가을 하면 국화꽃, 여름 하면 비비추가 떠오릅니다. 비비추 꽃은 여름꽃으로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빛을 견디고 보랏빛 긴 나팔꽃을 줄줄이 피웁니다. 나무 그늘 아래 유난히 싱그러운 줄무늬 넓은 잎사귀가 지면을 덮고 있으면 보는 마음이 절로 시원해지면서 휠링이 되고는 했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 날씨에는 보기 어려운 꽃인데 아직까지도 꽃이 피어 있네요.
비비추는 이름이 참 예쁩니다. 문헌에도 나오지 않아 정확한 이름의 유래를 밝히기 어렵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제법 그럴듯한 유래가 있습니다. 비비추의 새싹이 올라올 때 비비 꼬여서 돌돌 말려 올라옵니다. 싹이 자라면서 점점 풀어지며 펼쳐집니다. 어린잎을 먹을 수 있으니 취나물의 '취'에서 '추'로 바뀌어, 비비 꼬인 새싹의 '비비'와 나물 '추'가 합쳐서 '비비추'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비추를 쓱쓱 비벼먹어야 제맛이라고 해서 '비비추'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입니다. 끓는 물에 데친 비비추를 고추장 넣고 밥과 함께 넣어 비빔밥을 해 먹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비비추는 세계적으로 굉장히 인기가 많은 식물로 수천 품종이 육종 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굉장히 인기가 있는 화초 작물이지만 원산지는 동아시아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에 35종류의 자생종이 있다고 합니다. 하얀 꽃을 피우는 옥잠화와 더불어 여름의 청량함을 주는 여름 대표 꽃 중 하나입니다. 음지식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물들은 태양을 좋아하지요. 비비추 역시 해바라기처럼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꽃잎의 방향을 바꾸는 식물입니다. 그렇다고 땡볕에서 자라는 식물은 아닙니다. 산지의 냇가 주변 반 그릇진 곳에서 잘 자랍니다.
[10월 초에 찍은 비비추 꽃]
지난해 여름에 애기범부채꽃과 비비추 꽃을 포스팅했었네요.
2021.07.08 - [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 초연당 정원이야기 - 애기범부채꽃, 보라색 비비추/ 덤으로 해우소 사진 1컷!
비비추의 효능
천연 염증 치료제
비비추는 부드럽고 향긋하며 매끄러우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산나물입니다. 전혀 쓴맛이 없고 떫지도 않고 억센 섬유질의 단점이 전혀 없는 마치 재배 채소 같은 산나물입니다. 넓은 잎은 담백하게 쌈 채소로도 식용하기 매우 좋습니다. 비비추의 부드러운 어린잎은 많이 먹어도 탈이 전혀 없지만 성숙해진 잎은 질기고 약간의 독성이 있으니 식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드러운 어린잎은 철분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봄철 춘곤증에도 좋고 빈혈에도 좋습니다. 또한 사포닌 함유로 원기회복에도 효능이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비비추 잎을 즙을 내어 상처 환부에 발라 상처 치료약으로 썼다고 합니다. 뱀에 물린 자리에도, 젖앓이 하는 산모, 중이염, 피부 궤양 치료제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비비추 뿌리를 달여서 위통, 치통, 인후통 등의 통증완화제로 복용하였고, 혈변에도 효능이 좋았다고 합니다. 특히 피부 염증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여드름, 부스럼, 피부염증에 즙을 내어 발라주면 효능이 좋다고 합니다.
비비추의 부작용
비비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하여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맥박이 빠르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비추는 독성이 약간 있으므로 어린잎만 식용하여야 하며 다 자란 질긴 잎을 과량 섭취하면 독성에 중독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비추의 꽃말은
'하늘이 내린 인연'
비비추에 얽힌 전설은 반으로 쪼개었던 거울을 맞추어 두 주인공이 재상봉하게 되는 이야기로 유명한 『삼국사기』의 '설씨녀와 가실' 설화가 있습니다.
신라 진평왕 때 경주에는 설씨라는 노인이 아리따운 딸 울 데리고 살고 있었어요. 효성이 지극한 설씨녀는 병역에 나가야 할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변방으로 가는 이웃 소년 가실과 장래를 약속합니다.
설씨녀는 거울을 반으로 쪼개어 서로 나누어 가지고 병역 기한 3년을 약속하고 헤어집니다.
설씨녀는 가실이 무사히 병역을 마치고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병역기간 3년이 지나도 가실은 돌아오지 않았지요. 늙은 아버지는 그녀를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계속 기다렸지요. 마당에 핀 화초를 정성껏 돌보며 가실을 기다렸답니다. 이때 가꾼 식물이 비비추였다고 합니다. 마침내 6년 만에 돌아온 가실은 몰골이 너무도 초라하여 알아보지 못하였으나 정표로 준 반쪽 거울을 맞춰 본 후 가실을 알아보고 혼인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꽃말처럼 설씨녀와 가실은 하늘이 내린 인연이네요. 이 설화의 신물은 여인의 정절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거울을 신물로 하는 모티브는 그 뒤 문학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여름 한창일 때에는 싱그럽고 고왔을 테지요. 여전히 가을의 문턱에서 찬바람을 맞서며 꼿꼿하게 꽃대를 세우고 있는 자태가 그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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