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한국 전통 자수의 기원은 삼국시대로 보고 있는데,
초기 자수는 주로 의복의 장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으레 그렇듯 장식은 드러내기에 좋은 것이다 보니, 상징적인 의미들이 붙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귀족 계층에서 자수가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의 자수는 주로 의복과 장신구에 사용되었으며,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려시대 (918년 ~ 1392년)

왕실은 그 거대한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종교의 힘을 빌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라는 종교를 통해 백성들을 단결시켜 왕권을 강화했지요.
불교의 상징을 담던 자수도 함께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불교 제의복, 사찰 장식, 왕실 의복 등에서 자수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조선시대 (1392년 ~ 1910년)

조선초기에는 고려시대와 마찬가지로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자수가 이루어졌지만 (도화서의 그림 도안에 맞춰 자수를 놓는 수병들이 있었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수가 일반 가정에서도 널리 퍼졌습니다.

여성들은 자수를 통해 가족의 행복과 복을 기원하였고, 자수는 가정에서의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혼수품의 중요성: 자수는 혼수품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신부의 지참금이나 의복에 자수가 많이 사용되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요소로 여겨졌습니다. 자수의 복잡함이나 사용된 색상에 따라 양반과 서민 간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조선 숙종 이후로 자수가 예술작품처럼 감상을 대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산수화, 화조화, 십장생 등등 자수를 활용한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자수하면 떠오르는 전통자수는 조선시대에 여성들이 규방에서 제작했던 자수들로, 근대 이후에는 마치 자수가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것처럼 근현대 자수는 낯선 느낌을 줍니다.
자수하면.. 여성이 규방에서 혼자 꽃이나 나비를 수놓는 모습을 떠올리곤 하죠.
사실 19세기 이후의 자수는 조금 낡은 전통처럼 취급되어 관심밖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19세기부터의 자수를 알아봅니다.
개항기, 근대 (19세기 ~) - 기술에서 표현으로
개항 이후로는 전통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던 '공예'라는 개념이 들어오면서 자수는 규방예술로 머물지 않고 국내외 박람회에 출품되기 시작했습니다. 상업문화가 발달하며 자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평안도 지역에서 전문적인 남성 자수장인들이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제국 황실이 이곳에 자수 병풍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적인 영역에서 전수되고 제작되었던 자수는 학교에서 자수가 교육되면서 공적인 영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당시 여성교육의 목적은 여자에게 적당한 교양의 예술을 가르쳐서 가정에서 현모양처가 되고 사회적으로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자수는 근대국가의 국민으로서 여성에게 부여된 교양이자 노동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엘리트 여성들은 일본으로 유학가 자수를 공부했습니다. 도쿄에 위치한 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공부한 후 귀국하여 전국의 여학교 기예학원에서 전통자수와 전혀 다른 새로운 자수를 보급했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여성을 지위를 향상하는데 기여했습니다.

광복 이후 - 전통의 부활, 추상자수
광복 이후 자수는 민족 정체성 회복 왜색 탈피 등 문화예술계의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화여자 대학교 미술과에는 자수과가 신설되었습니다. 1945년은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은 해이기도 하지만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해이기도 합니다. 2차 대전 이후 추상미술은 현대적인 미술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수도 새로운 흐름에 동참하여 1950년대 중반 자수에서 반추상 형식이 등장했고 1960년 이후 완전한 추상으로까지 나아갔지요. 자수작가들은 천과 실뿐 아니라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며 전통적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추상을 실험했습니다.

한국전통자수는 긴 역사처럼 단순한 장식 예술을 넘어 깊은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의미를 지닌 예술 형태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한국전통자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표현으로 기능하며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우리의 예술임을 알아야 합니다.
자수는 규방 안에 있던 사적인 예술이 아닙니다. 기술, 장인. 이런 말로 쓰일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작품으로써 존재하죠. 전통자수의 계승과 현대화는 지속되고 있으며
한 땀 한 땀 놓인 수는 동시대 우리에게 수공예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