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군 곡성읍 묘천리 곡성 영고등(永庫登)에 옥호정(玉壺亭)이라는 정자가 있었습니다.
이 정자는 '곡성군지'에 따르면 기축년(己丑年) 봄에 신근(申根), 정일흥(丁日興), 정일옥(丁日鈺), 정순태(丁舜泰) 등 10명의 선비들이 춘현하송(春絃夏誦:학문에 힘씀)의 뜻으로 시계(詩契)를 조직해 1895년에 정자로 지었다고 합니다.
당시 곡성현감인 창애(蒼崖) 이문영(李文栄)이 옥호청빙(玉壷清氷), ‘옥항아리에 담긴 맑은 물이 얼음이 될지언정 군자처럼 고결한 지조를 잃지 않는다’는 의미를 취해 옥호정(玉壷亭) 이라고 이 정자의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또한 군수를 지냈고 괴석(怪石)과 난죽(蘭竹)을 잘 그렸던 몽중몽인(夢中夢人) 정학교(丁鶴喬1832 (순조 32) ~ 1914)가 현액을 썼고, 우암(尤庵) 문정공(文正公) 송시열(宋時烈)의 필적(手蹟)이 있었다고합니다.
1905년(광무9)4월 13일 조영만(趙泳萬)의 부탁으로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이 옥호정(玉壺亭)의 기문을 썼다고 합니다.
1983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대청형 팔작지붕의 대청형으로 중수(重修) 했지만 태풍으로 크게 피해를 당하고 정자내에 현판 1점만 걸려 있는 보존상태가 매우 불량한 상태였습니다.
저희 초연당 대표(김관중)가 2019년, 무너져 폐정 상태에 있던 옥호정을 매입해 해체해서 현 위치인 전북 순창군 유등면 초연당 현 위치에 2층 누각으로 새롭게 탄생시켰습니다.
아래 한자 문서는 상량문으로, 목조 건물 건축 과정에서 최상부 부재인 종도리(마룻도리)를 올리는 상량제(上樑祭) 때 사용하는 축문(祝文)입니다.
상량제는 전통사회의 건축 조영 과정에서 텃고사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공정이자 제의로 여겨집니다. 사람들은 종도리가 올려지는 순간인 상량 때 목조 건물의 구조체가 완성되면서 집도 다 지어지고 동시에 성주가 탄생한다고 인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집의 생일(生日)을 정함에 있어서 사전에 반드시 길일을 택하고, 집을 짓는 과정을 그 공정에 맞게 진행하였습니다. 상량을 통해 집이 지어지고 가옥 생일인 상량시가 정해지면 집도 마치 사람처럼 태어난 날, 즉 연월일시 사주(四柱)가 생깁니다.
이처럼 전통사회에서는 상량을 통해 집은 물론 가족의 운명 또한 좌우된다고 믿어서 상량제와 상량문을 중시하였답니다. 이러한 과정을 기록하고 의미를 담고 있는 상량문은 그 속에 담긴 재액방지문자나 기원문을 통해 가옥 건축 과정에서 집이 사람만의 정주처(定住處)가 아니라 성주신을 비롯한 여러 가신의 정주처이기도 하다는 인식 체계를 보여준답니다.
새롭게 탄생된 옥호정을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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