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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당/오천년 정원이야기

우리 선조들의 꽃놀이 전통

배솔 2026. 3. 5. 14:35
황매실원액

 

봄이 오면 사람들은 꽃놀이를 떠난다.
벚꽃이 피는 공원을 찾고, 사진을 찍고,
SNS에는 꽃을 배경으로 한 ‘인생샷’이 올라온다.

[ 사진출처 : 포토뉴스_꽃구경 나온 시민들 -강원일 보]

꽃이 피는 계절이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꽃을 보는 풍경이 주를 이룬다.

이 풍경은 어쩌면
지금 시대만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 선조들도 봄이 오면
꽃을 찾아 밖으로 나갔다.



1. 조선의 봄, 꽃을 보러 나가던 사람들

조선 후기 한양의 풍습을 기록한 책 『경도잡지(京都雜誌)』에는
봄날 사람들이 즐겨 찾던 꽃놀이 명소가 등장한다.

[ 사진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이 당시의 문물제도 및 세시에 관해 기록한 풍속지.]

인왕산 자락의 필운대 살구꽃,
성북동 북둔의 복사꽃,
흥인문 밖의 수양버들,
그리고 탕춘대의 바위와 물경치.

당시 한양 사람들은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 되면
이곳들을 찾아 하루 동안 도성 주변을 돌며
꽃과 버들을 감상하는 일을 좋은 구경거리로 여겼다고 한다.

오늘날 벚꽃 명소를 찾아 이동하듯
그때 사람들도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곳으로 향했다.

2. 벚꽃이 아니라 살구꽃과 복사꽃
[ 사진출처 : 위클리서울 짓밟힌 울타리에 복사꽃도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꽃놀이는
단연 벚꽃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봄을 대표하는 꽃이 조금 달랐다.

그 중심에는 살구꽃과 복사꽃이 있었다.

특히 인왕산 아래 필운대의 살구꽃은
한양에서 가장 유명한 꽃놀이 장소였다.

『한경지략』에는 이런 기록이 남아 있다.
“필운대 옆에 꽃나무를 많이 심어 성안 사람들이 봄날 꽃구경하는 곳으로 먼저 여기를 꼽는다.”

봄이 되면
시인과 문인, 풍류객들이
술병을 들고 모여들었고
꽃을 보며 시를 짓고 노래를 불렀다.

오늘날 사람들이
벚꽃 아래 돗자리를 펴고 시간을 보내듯
옛사람들은 살구꽃 아래서
풍류를 나누었다.


3. 꽃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던 꽃놀이

선조들의 꽃놀이는 단순히 꽃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일이 아니었다.

꽃이 피는 자연 속에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즐겼다.

꽃은 그저 배경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매개였다.

그래서 많은 문인들이
꽃놀이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겸재 정선의 <필운대상춘>에는
인왕산 아래 복사꽃이 흐드러진 봄날 풍경이 담겨 있고,

[ 사진출처 : 정선 <필운대상춘> 간송미술관]

혜원 신윤복의 <연소답청>에는
봄꽃이 핀 들판으로 나들이 떠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 사진출처 : 신윤복필 풍속도첩 연소답청 )(원본 간송미술문 화재단 소장) ○천지일보 2023.04.03.]

꽃은 풍경으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계절의 바람이었다.


4. 삼짇날의 꽃놀이

조선 시대 꽃놀이는
세시풍속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 되면
사람들은 들과 산으로 나가 답청(踏靑) 놀이를 즐겼다.

답청은 말 그대로
푸른 풀을 밟으며 봄을 맞이하는 풍습이다.

이날에는 진달래꽃을 따 찹쌀 반죽에 붙여 기름에 지지는 화전(花煎)놀이도 즐겼다.

조선시대 화전놀이 풍속화. 작가미상. /국립중앙박 물관 소장

봄꽃을 보고
꽃으로 음식을 만들고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낭만적인 봄맞이 방식이다.

5. 꽃을 꺾지 않는 약속

흥미로운 기록도 있다.

조선 후기 문인 권상신이 남긴 <남고춘약>에는
꽃놀이를 갈 때 지켜야 할 규칙이 등장한다.

꽃놀이 장소는 미리 정하고,
날씨를 핑계로 빠지면 벌주를 마셔야 하며,
꽃을 꺾는 일은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꽃을 즐기되
자연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

지금의 시선으로 보아도
꽤 근사한 규칙처럼 느껴진다.

6. 봄과 소통하던 시간

선조들에게 꽃놀이는
단순한 계절 행사라기보다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꽃이 피는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마음을 나누었다.

꽃을 바라보며
계절을 느끼고
그 감정을 서로 나누는 일.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꽃놀이를 가는 이유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진을 찍고
함께 걷고
봄이 왔다는 사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꽃은 해마다 같은 계절에 피지만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늘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일까.
옛사람들도 봄이 오면
집 안에 머무르지 않고
꽃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어쩌면 꽃놀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사람들의 작은 봄맞이 의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