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눈과 얼음, 찬바람이 찾아온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있듯이, 추운 날씨 때문에 집 안에만 머물게 되는 것 같다.
스마트폰도 게임기도 없던 시절, 우리 부모님의 어린 시절에는
눈과 얼음, 바람 속에서 다양한 전통 놀이를 즐기며 겨울을 지냈다.
팽이치기, 썰매타기, 연날리기 등 우리 조상들의 전통 겨울놀이는 지금 봐도 색다르고 흥미롭다. 오늘은 그 다양한 놀이와 역사 속 기록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1. 팽이치기

팽이치기는 겨울철 남자아이들이 즐긴 대표적인 전통 놀이로,
나무토막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 만든 팽이를 돌리며 기술을 겨루는 놀이다.
팽이의 재료와 모양도 다양했다. 오동나무, 팽나무, 박달나무, 대추나무 등 다루기 쉽고 단단한 나무가 주로 사용되었고,
가장 흔한 형태는 윗부분이 원통형이고 아랫부분은 원추형인 '말팽이’였다.
이 외에도 양쪽을 모두 뾰족하게 깎은 ‘장구팽이’, 상수리 열매(도토리)를 이용한 ‘상수리팽이’,
손가락으로 비벼 돌리는 ‘뺑오리’ 등이 있다.
조선시대에 씌어진 《한청문감(漢淸文鑑)》권9 <기예부>에 팽이를 "핑이", 팽이 돌리는 것을 "핑이 돌리다"로 기록되어 있고,
숙종 16년에 씌어진 《역어유해(譯語類解)》에도 "핑이 돌리다"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17세기말까지는 '핑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핑이'란 물체가 '빙빙 돈다', '핑핑 돈다'에서 온 말로,
팽이가 도는 모양의 의태어 내지 의성어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이름이다.
지역별로 이름도 달라, 경남에서는 ‘뺑이’, 경북에서는 ‘핑딩’, 제주도에서는 ‘도래기’, 평안도에서는 ‘세리’나 ‘세루’라고 불렸습니다.
팽이치기 방식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오래 돌리기: 팽이를 힘껏 쳐서 회전시킨 뒤, 더 오래 돌아가는 팽이가 승리
팽이끼리 부딪치기: 상대 팽이와 부딪혀 먼저 쓰러지는 쪽이 패배
멀리 보내기: 출발선에서 팽이를 멀리 보내는 경기
빨리 돌아오기: 팽이를 치며 목표 지점까지 가서 가장 빨리 돌아오는 경기
견디기: 장애물에 부딪친 후에도 오랫동안 회전하는 팽이가 승리
2. 썰매타기

썰매는 눈과 얼음 위에서 즐기는 겨울 놀이의 대표적 형태입니다. 한자로는 설마(雪馬) 혹은 설응(雪鷹)이라 불렸으며, ‘눈 위를 말이나 매처럼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에는 논이나 마당에 물을 대어 얼린 뒤 아이들이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썰매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 앉아서 타는 썰매: 판자에 각목을 나란히 붙이고, 대나무나 쇠줄을 박아 눈과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도록 만들었다. 기다란 송곳으로 얼음을 찍어 방향을 조절하기도 했다.
- 발에 신는 썰매: 발에 고정하여 스키처럼 신는 형태로, 기다란 창으로 빙판을 밀며 달렸다. 너비 12cm, 두께 5cm 정도의 나무판을 사용했고, 앞쪽은 스키처럼 들리도록 제작했다.
- 짐을 나르는 썰매: 바닥을 둥글게 깎고 양끝을 위로 굽힌 형태로, 성곽이나 궁궐 건설 시 무거운 짐을 나르는 데 사용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성곽 건설 시 “짐을 나르는 썰매”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썰매는 혼자 타거나 여러 명이 길게 서서 기차처럼 타며 누가 더 빨리 가는지 겨루는 방식으로 즐겼다. 이렇게 겨울철 눈과 얼음을 활용한 놀이가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했다.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에서도 썰매를 탈 수 있는 농가가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썰매장에 직접가야 만 탈 수 있다는 점이 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눈이 오면 아이들을 썰매에 싣고 놀아주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3. 연날리기

연날리기는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부터 보름까지 즐기던 우리나라의 민속놀이이다. 연날리기는 군사적 목적으로 쓰였던 것을 놀이로 바꾸어 즐긴 것으로 추정하는데, 신라시대에 김유신장군이 연을 이용해 반란을 진압했다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라고 한다.
이처럼 연날리기는 삼국 시대 이전부터 즐겨온 전통 놀이로, 겨울바람에 맞서 추위를 이기는 대표적인 놀이다. 연싸움은 서로의 연실을 끊어 승부를 가르는 경기였고, 승리를 위해 유리가 섞인 아교풀을 사용하기도 했다.
연날리기의 재료와 방법도 다양했다. 전통적으로는 대나무 골격에 한지를 붙인 연을 사용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비단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연을 만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대나무 골격에 달력 뒷면을 이용했었다. 풀대신 밥풀을 사용했던 게 기억이 난다. 엄청 힘들게 만든 연이었는데 날리자마자 나무에 걸려버리는 바람에 속상해서 엉엉 울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을 만드는 그 시간도 참 즐거웠던 것 같다.
『동국세시기』에는 19세기 중반, 명주실에 가벼운 솜털을 매달아 하늘로 띄우는 고고매놀이 와 연날리기가 기록되어 있다. 설 명절이나 정월 대보름에는 마당이나 공터에서 연을 띄우고, 서로의 연을 겨루는 연싸움이 펼쳐졌다고 한다.
4. 제기차기

제기차기는 설 전후 겨울철에 즐기는 놀이로, 구멍 뚫린 엽전이나 동전을 비단이나 한지로 감고 술처럼 만들어 발로 차며 즐겼다. 중국의 축국(蹴鞠)에서 유래했고, 조선 초기에는 ‘여기’, 18세기 이후 ‘제기’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놀이 방식
땅강아지: 한 번 차고 땅을 딛는 방식
어기차기: 두 발을 번갈아 차는 방식
헐랭이: 땅을 딛지 않고 계속 차기
물지기: 제기를 입에 물고 다시 차기
키 지기: 자기 키보다 높이 차기
무릎차기: 무릎으로 차기
언지기: 차서 머리 위에 올렸다가 다시 차기
『조선의 향토오락』에서는 제기차기가 설 전후 민속놀이로서 마을 공동체와 연계되어 즐겨졌음이 기록되어 있다.
5. 고고매놀이
고고매놀이는 명주실에 가벼운 새의 솜털을 매달아 공중으로 날리는 놀이다.
‘고고매’란 봉황을 의미하며, 솜털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봉황이 나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국세시기』에는 19세기 중반, 명주실에 솜털을 매달아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았다는 기록이 있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솜털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아이들은 솜털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며 즐겼다. 재료가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었던 놀이였다.
겨울이 찾아오면 눈과 얼음, 바람 속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다양한 전통 놀이를 즐기며 계절을 느꼈다.
겨울바람 속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웃음과 연 날리는 하늘, 눈 위를 미끄러지던 썰매… 전통 놀이에는 그 시절 아이들의 기쁨과 계절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즘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나 여가가 많아서 이러한 활동적인 것들을 하기에 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어머니 아버지세대의 겨울놀이를 함께해 보며 함께 즐겨보는 것을 어떨지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