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에 핀 슬픈사랑 제주상사화

 

올해도 여전히 8월이 되면 초연당 다래나무 아래의 제주 상사화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초연당 정원 구석 토종 다래나무 아래 조용히 숨어 은은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습니다. 

제주상사화는 얼핏 보면 백양상사화(내장산 백양꽃)와도 비슷해서 착각하기 쉬운데요. 제주상사화는 황미색꽃을 피우고, 백양상사화는 더 붉은기가 도는 다홍빛의 꽃을 피웁니다.  꽃은 노란빛이 도는 미색과 약간 붉은빛이 도는 황색이며, 가운데 잎맥은 붉은색으로, 노랑과 다홍이 부드럽게 마블링되어 오묘한 황미색의 꽃잎이 참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꽃의 색상을 미루어 보아 진노랑상사화와 백양상사화의 자연 교잡종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제주상사화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제주 특산식물입니다. 관상적 가치가 높아 요즘 재배종이 넓게 퍼져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재배종이 널리 퍼져 있다 보니 자생지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다래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는 제주상사화

나무 그늘 아래 핀 제주상사화

 

사찰 근처에서 많이 자라는 이유

상사화는 유독 사찰 근처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데 이 꽃에 얽힌 속세의 여인과 스님의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 전설 때문일까요? 아니면 스님의 번뇌의 의미로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 걸까요? 진짜 이유는 상사화 비늘줄기(인경)에 있는 방부제 성분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말린 꽃을 탱화(불교에서 부처, 보살, 성현들을 그려 벽에 거는 족자나 큰 두루마리 그림, 불화)를 그릴 때 염료와 섞어 사용하고,  천에 그려진 탱화는 좀에 약하므로 상사화 비늘줄기(알뿌리) 즙을 내어 탱화에 발라 좀 스는 것을 막는 용도로도 사용합니다. 또한 불경(불교경전) 제본할 때 접착제에 섞어 사용한다고 합니다. 불화와 불교경전을 오랫동안 변질 없이 보존하기 위해 방부제로 사용하는 것이었군요.

제주상사화

개화 전 꽃봉오리를 머금은 제주상사화

 

국내 연구로 밝혀낸
강력한 항염 효능
치매 억제 효능

제주상사화 비늘줄기(인경) 출처 : 한겨례 물바람숲 웹진

 

제주상사화 강력한 항염증 효능

제주상사화에는 강력한 항염증 효능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천연물소재연구센터에서 밝힌 내용으로, 제주상사화에서 추출한 항염 성분(E144)은 알츠하이머 질환에서 관찰되는 과도한 중추신경계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상사화 추출물에는 치매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의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 펩타이드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논문도 있습니다.

 

상사화는 맹독초

하지만 독성이 강한 독초이므로 독성을 빼지 않고 섭취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상사화 알뿌리는 절대 생채로 생식하면 독에 중독되어 큰일이 납니다. 알뿌리를 삶아 먹거나, 꽃줄기는 뜨거운 물에 데친 후 독성을 우려낸 후 조리를 해야 합니다. 뜨거운 물에 데쳐 여러 번 우려내 독을 충분히 빼낸 후 조리해 먹으면 훌륭한 나물이 되고 한 끼 든든한 식량이 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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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2 - [분류 전체보기] - 초연당 야생화 이야기 - 멸종위기 제주 상사화

초연당 야생화 이야기 - 멸종위기 제주 상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