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전통한옥생활체험관 초연당

가장 한국적인것이 세계적인 것! 우리것은 소중합니다. 아름답고 우수한 전통한옥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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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천연발효/장류&장아찌

신비한 생명의 그릇 옹기의 비밀

초연당웹지기 2023. 6. 19. 20:46
황매실원액

 

우리 초연당 둘레길은 큰 옹기들이 담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전통 한옥집 마당 한켠에는 고풍스러운 장독대가 있습니다.
초연당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수많은 옹기를 보고 감탄합니다. 선이 고은 곡선 기와지붕과 더불어 장독대의 옹기는 전통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한껏 풍깁니다.

초연당 추차장 입구 전경
곳곳에 항아리가 놓인 풍경
초연당 둘레길

최근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로 소금 파동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천일염을 큰 옹기에 5년가량 장기 보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김치나 장을 담을 일이 없어 소금을 거의 사용을 안 했습니다. 소금 재고량을 체크해 볼 겸 옹기뚜껑을 열어 보니 변질 하나 없이 잘 건조되어 끝맛이 달달한 소금이 적당량 남아 있네요. 소금이야 원래 쉽게 변질되지 않고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5년을 넘도록 변함없이 그대로이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어떤 과학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맛의 변함이 없이 그대로일까요? 

 

옹기

초연당 장독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옹기(甕,瓮)란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질그릇'은 진흙으로만 초벌구이 한 윤기가 없는 그릇을 말하며 '오지그릇'은 질그릇에 유약을 입혀 다시 구운 윤이 나고 단단한 그릇을 말합니다.  근대 이후 투박하고 거친 질그릇의 사용이 급격이 줄어들면서 옹기는 약토(藥土)라는 황갈색의 유약(오지잿물)을 입힌 오지그릇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옹기(甕,瓮)의 옹은 '독'이라는 우리말의 한자어로 그릇의 형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옹기는 독과 구분이 되는데요. 황갈색의 유약을 바른 질그릇을 말하는 것으로 독을 비롯해 소래기, 단지, 식초병, 시루, 거름통, 약탕기, 소줏고리, 뚝배기, 화로, 항아리, 동이 등 생활용기를 말합니다.

 

 

옹기 역사

백제토기

신석기시대부터 빗살무늬 토기를 만들어 음식물을 저장하거나 시신을 넣는 관으로 사용했습니다. 상고시대 때부터 옹기는 관, 제기, 식기, 솔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에 들어와서 생활에 더욱 긴요하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부터 만든 옹기는 세계에서 우리 한민족만이 가지는 독특한 음식 저장용기입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에는 '와기전'라는 옹기 굽는 직제 부서를 두어 전문 장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다양한 토우

삼국시대에는 국가별로 약간 다른 특색이 있는 옹기들이 만들어졌는데요. 고구려는 황갈색이나 검은색의 민무늬 옹기가 만들어졌고, 백제는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기술을 습득하여 경질토기에 녹갈색의 유약을 입혀 녹유기를 만들었습니다. 신라는 회청색 경질토기와 적갈색 연질토기가 주종을 이루었다고합니다. 또한 신라에서는 토우라는 특징적인 예술품이 제작되었습니다.

고려에 들어서 토기의 자리에 도자기가 유행하게 되었지만 900℃에서 구워 흡수성이 높고 단단한 질그릇인 '경질토기'도 계속 발전하여 저장용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백제와 신라는 쌀이나 술, 기름, 간장, 젓갈 등을 저장하는데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렇듯 도자기 문화의 발전으로 옹기는 점차 저장용구나 주방용구로 이용되게 되어 살림그릇으로 비중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옹기에 조미료, 주식은 물론 부식물의 저장용기로 사용했고 주류 및 발효 도구 물을 보관했습니다.

조선초 옹기는 한층 발전했는데요. 《경국대전》의 서울과 지방에 14개의 기관에 104명의 옹기장을 두었다는 기록을 보아 실생활에서 많이 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18~19세기를 거치면서 옹기는 식기류나 장독대 등이 만들어져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파고들면서 서민들의 그릇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때 지역에 따라 형태나 무늬가 다양하게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옹기는 조선시대에 사용된 옹기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청송 옹기장 이무남

그러다 19세기 말경, 일본의 신문물이 들어와 유약이 광명단(光明丹:산화연)이라는 화학약품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광명단, 사삼, 산화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안료로  500℃ 낮은 온도에서도 녹아 연료비를 아낄 수 있어 생산원가가 낮아져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광명단의 사용으로 우리 옹기의 우수한 기공을 막아 음식의 발효를 가로막고 연단의 납성분이 인체에도 유해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옹기 제작에 널리 사용되었는데 1977년부터 보건사회부에서 사용을 규제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이후 플라스틱이나 금속 용기가 많이 등장하면서 오랜 역사성을 가진 옹기는 대중적인 용기로서의 자리를 내어주고 일부 발효음식 용기로만 사용되면서 급속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옹기가 숨쉬는 비밀

다양한 생활옹기 사진출처 : 대순회보

옛 선조들은 옹기가 물을 정화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물을 옹기에 보관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우리는 옹기가 숨을 쉬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원리가 숨어 있길래 숨을 쉰다고 말할까요?

옹기!
숨을 쉬는 이유
굽는 온도, 식물성 잿물 유약에
답이 있다

 

유약은 나뭇잎, 풀뿌리 등이 썩어 철분 함량이 많은 약토를 물에 풀어서 만듭니다. 약토와 나뭇재의 비율을 1:1로 하여 잿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유약을 입혀 더 한 번 구워 반질반질 윤기 나고 단단한 옹기를 만듭니다.

우리나라 옹기 파편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수많은 기공들이 모여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옹기를 만드는 재료가 되는 흙은 입자 크기가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굽는 과정에서 이 불규칙한 입자들이 아주 작은 공간들을 만듭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800℃ 이상의 고온에서 수분이 완전히 없어지면서 생기는 '루사이트'현상.

옹기를 굽는 동안 온도가 800℃ 이상이 되면 '루사이트'현상이 나타납니다. 루사이트 백류석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화산암이며, 자연 상태에서는 화산의 용암이 굳은 곳 등에서 관찰이 됩니다. 옹기가 구워지는 동안 재료인 고령토가 이 루사이트로 변하게 되는데 이때 광물의 결정 구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결정수들이 빠져나가면서 미세한 공간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 기공은 아주 작은 스펀지 구조를 이루고 있어 옹기 내부와 외부의 공기 사이에 순환 작용을 일으켜 그릇 안의 노폐물은 내보내는 정수기 필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수많은 기공 구멍들의 크기는 매우 작은 1~20㎛ 크기로 물의 크기는 기공의 약 2000배가량 크기 때문에 기공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반면 산소는 기공보다 더 작기 때문에 맘대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옹기그릇이 숨을 쉰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과학적 측면에서 설명하면 옹기는 액체는 통과시키지 않고 기체만 선별적으로 통과될 수 있는 우수한 통기성, 즉 기공의 제어가 매우 뛰어난 과학적인 용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루사이트 현상은 1,2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진 옹기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왼쪽은 유약을 바른 옹기와 시유 전 질그릇형태의 옹기/ 왼쪽은 무늬를 넣는 모습. 사진출처 : 국립무형유산원

이렇게 옹기의 제 구실을 하려면 재료가 되는 흙부터 좋아야겠지요.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겉에 바르는 유약입니다. 전통적인 천연 유약을 써야지만 제대로 숨 쉬는 옹기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솔가루나 콩깍지 등에다가 특수한 약토를 섞어 두 달 이상 삭힌 뒤 앙금을 내린 잿물을 써야합니다. 이 유약을 '조선유약'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재래식 유약을 써야 정말 숨쉬는 전통 옹기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유난히 검붉은 윤기가 나는 광명단유약을 바른 옹기그릇

광명단이라는 일종의 중금속성 유약을 발라서 낮은 온도에서 구워 옹기를 만들면 연료비도 아끼고 반들반들 검은 광택이 무척 아름답겠지만 코팅된 유약이 기공을 막아 공기가 투과되지 않으며 중금속인 납성분이 나와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식 발효식품은 주로 산성이므로 이 유약이 음식물 속으로 침투하게 되어 중금속 납 형태로 유입돼 이따이이따이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리 좋은 흙으로 기공이 많은 질그릇을 만들었더라도 광명단유약을 입혀 숨구멍을 막아버린다면 진정한 옹기그릇이라 말할 수 없겠지요.

천연황토에다 재래식 조선유약을 발라 1,3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낸 옹기야말로 살아 숨쉬는 생명의 독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발효 최고 그릇 옹기

장을 담은 중부지역의 항아리

된장이나 간장의 발효를 돕고 최고의 맛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공기.
숨쉬는 옹기의 기공은 가장 이상적인 발효의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발효균들은 공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 산소가 통하는 옹기에서 발효가 훨씬 잘 되는 것입니다. 김치의 발효는 옹기에서 최적임을 실험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유리병과 옹기의 비교 실험에서 옹기 김치는 부패균은 적게 유익 유산균은 높게  항암효과는 높게 측정되어 옹기의 효능이 입증되었습니다.

땅에 묻은 김장독

장독은 지방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른데요. 각 지역의 자연적 특징을 고려하여 옹기의 모양을 달리 한 것입니다. 지방마다 특색 있는 음식 맛은 장독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별로 형태와 종류가 다르고 이름도 다릅니다.
중부 이북 지방의 장독은 대체로 입이 크고 배가 훌쭉하며 키가 큰 편입니다. 이는 일조량과 기온이 높지 않아 자외선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구조입니다. 반면 남부의 영호남은 독은 배가 불룩 나오고 입은 작은 모양입니다. 이는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으므로 수분 증발을 최소로 억제하기 위함입니다. 

된장을 담은 항아리

옹기는 한국인이 거주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생활용기였습니다. 집집마다 적게는 십여 개, 많게는 수십 개씩 갖추고 있는 한국 도자기 역사상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전 계층 구분 없이 가장 널리 쓰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냉장고 외에도 다른 용도의 냉장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김치냉장고입니다. 외국에서는 냉장고 옆에 또 냉장고가 있다며 한국 가정은 냉장고 욕심이 많은 나라라며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와인창고와 와인 냉장고가 있는 그들의 문화와 비교한다면 별로 이상 할 것도 아닙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발효식품은 필수식품입니다. 시대와 생활환경이 변화고 발전하여 장독대 대신 김치냉장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옹기의 우수성과 가치를 잊으면 안됩니다.  김치냉장고의 원조는 옹기입니다. 옹기에는 이 땅이 지닌 오롯한 우리 한국의 정신과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선조들의 지혜와 가치를 담은 옹기를 바로 아는 것은 우리 한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바로 아는 길입니다.